부안사태 진상규명 관련 군민 대토론회 /발제1

부안항쟁의 역사적 의미와
주민참여 확대ㆍ풀뿌리민주주의 실현방안

하승수 /제주대법학부 부교수,변호사,풀뿌리자치연구소‘이음'운영위원장

   
 
1. 글을 시작하며

2003년 여름부터 전북 부안에서 방폐장(방사성폐기물처분장) 반대운동이 본격화된 지 3년 반이란 시간이 흘렀다. 2004년 2월 14일에는 주민들이 참여하여 민간차원에서 진행된 주민투표가 있었고, 그 이후의 과정들을 거쳐 결국 부안 방폐장은 백지화되었다.

그러나 2005년 11월 정부는 전북 군산, 경북 포항, 영덕, 경주의 4개지역에서 금권, 관권을 동원한 가운데 동시주민투표라는 초유의 일을 벌여 경북 경주시를 방폐장 부지로 선정했다. 그러나 지금 경주시에서는 주민투표 당시에 정부와 한수원이 약속했던 한수원 본사 이전 등과 관련하여 방폐장 부지예정지 인근주민들과 도심지 주민들간에 갈등이 극단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주민투표과정에서의 불법사실(조직적인 금권,관권개입)들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경주시장 등이 고발된 상태이다. 고발내용에 따르면 무려 20억원의 돈을 경주시가 국책사업경주유치추진단이라는 단체에 지원해 주었고, 그 중 8억원은 사용처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1)
한편 부안에서는 지난 2006년 5월 31일 지방선거에서 김종규 군수가 낙선함으로써 방폐장에 대한 민심이 다시 한번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문제가 종료된 것은 아니다. 일련의 과정에서 부안이라는 지역공동체가 입은 상처는 너무나 크고 그 상처는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 당시에 이루어졌던 갖은 권력남용와 폭력적인 공권력행사에 대한 정부차원의 사과와 보상, 진상규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역사회내에에 존재했던 깊은 갈등의 골은 아직 치유되지 못하고 있다. 부안이 새롭게 발전하는 지역공동체로 다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지역사회의 활력을 찾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가야 할 길이 멀다.

시간은 흘렀지만, 이 모든 과제들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한편 3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부안의 방폐장 반대운동, 자치주민투표 등에 대해 평가하고 그 의미와 한계를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이 평가는 관심있는 사람들부터 시작하더라도 광범위한 주민들과 함께 하지 않으면 평가의 의미를 크게 살리기 어렵다. 그리고 평가과정에서 앞으로 부안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공감을 형성하고 힘을 모아갈 필요가 있다.

결국 지금의 부안은 첫째, 진상규명과 함께 그동안의 과정과 2.14 자치주민투표 등에 대해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평가하고 상처를 치유해 가는 것 둘째, 향후 주민참여 확대를 통해 지역사회의 발전방향을 설정하고 실현해 나가는 것 등 여러 가지 과제들을 안고 있다. 이 글에서는 바깥에서 부안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온 입장에서 개인적 의견을 밝히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2. 부안항쟁의 역사적 의미

아직까지 부안항쟁의 의미에 대해 제대로 된 연구나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좀더 깊은 연구와 평가가 필요하다. 부안은 몇가지로 단정하기 어려울만큼, 한국사회에 많은 희망과 고민거리를 함께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부안의 의미는 단지 방폐장을 주민들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반대했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부안은 세가지 정도의 측면에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1) 주민자치의 희망과 고민을 보여준 부안

2003년 7월 이후 부안에서 일어난 부안주민들의 높은 참여는 역사적인 일이었다. 더구나 부안 투쟁의 한 장면을 장식한 2.14 주민투표는 행정기관의 협조없이도 투표율 72.04%라는 높은 참여율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단 하루만에 인구가 7만에 가까운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주민투표를 만들어낸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주민투표 사례중에 하나인 마키정 주민투표만 해도 부안과는 비교하기가 어렵다. 일본에서 1995년 원전건설과 관련한 자주관리주민투표를 실시했다는 니이가타현 마키정의 경우에는 인구규모가 부안에 비해 1/2수준에 불과한데도(인구 3만 800명), 2주일 동안 투표해서 45%라는 투표율을 기록했다. 지역의 중요한 의사결정문제에 대해 이처럼 높은 참여를 보여준 것은 주민자치의 측면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주민들의 참여의 폭과 강도도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주민자치”란 말 그대로 주민들이 스스로를 통치하는 것이다. 주민들이 스스로를 통치한다는 것은 주민들의 삶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에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안 주민들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탄압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주민자치의 원칙을 지켜냈다.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부안의 중요한 문제들을 부안주민들이 스스로 참여하여 결정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부안은 주민자치의 측면에서 고민거리도 던져주고 있다. 방폐장 문제에서 보여준 주민들의 자치역량을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지, 지금 농촌지역에서 주민들의 자치역량에 의한 지역발전이 가능한지 등 진행형의 고민들이 많이 존재한다. 아직까지는 이 고민들에 대해 뭐라 단언을 내릴 시점은 아닌 것같다.

(2) 국책사업의 이름을 띤 관료적 정책결정구조에 근본적인 문제제기

한편 부안은 87년 민주화이후에도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며 진행해 오던 관료적 정책결정구조에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했다. 지금 각종 대형 국책사업은 관련 부처의 관료들이 주도하고 있고, 정치인들은 정책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이익이나 자기 지역구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책결정을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시민(주민)들에게 적시에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는 경우들은 찾아보기 어렵고, 실질적인 주민참여가 이루어지는 경우들도 찾기 어려웠다.

이러한 국책사업의 추진과정을 보면,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부실한 (심지어 허위의) 조사.평가, 졸속적이고 정치적인 결정과정, 비공개적인 정책추진 등의 속성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추진과정에서 정부는 해당 지역 주민들을 통제하거나 회유함으로써 사업을 추진하려는 비민주적인 태도를 견지해 왔다.

부안 방폐장 문제에서도 이러한 문제들은 되풀이되어 나타났다. 부안은 이러한 국책사업의 문제들을 전면적으로 드러냈고 부안주민들의 희생과 노력에 희애 국책사업에 대해 근본적으로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부안에서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했지만, 여전히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대형사업들은 진행되고 있다. 부안에서의 경험 때문에 중앙정부의 관료들이 보다 조심스러워졌고 신중해졌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좀더 지능적으로 변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4개지역을 경쟁에 붙이고 지역감정까지 조장해가면서 주민투표를 하게 하여 방폐장 부지를 선정했다. 여전히 돈을 뿌려서 지역여론을 호도하려는 행태도 변하지 않았다. 다만 주민의견수렴이라는 절차를 형식적으로든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정도의 변화만 가져왔다. 앞으로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주민들의 삶을 황폐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3) 새로운 시대정신_‘풀뿌리', ‘연대', 그리고 ‘대안'

시민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부안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2003년 7월 이후 부안항쟁과정에서 많은 시민사회운동단체와 인사들이 부안과 연대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2.14. 주민투표때에는 이례적으로 민변, 노동운동, 농민운동, 시민운동 단체의 활동가들과 회원들이 대거 부안에 내려와서 주민투표를 위한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부안이 한국사회운동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현재의 시민사회운동이 큰 전환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내ㆍ외부로부터 여러 가지 비판에 직면하고 있기도 하고, 새로운 방향모색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개인적으로 현재 사회운동이 요구받고 있는 시대정신은 ‘풀뿌리', ‘연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안이 관심을 받은 것도 이 세가지 시대정신의 씨앗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2003년 7월 이후 부안에서 보여준 것은 풀뿌리운동의 힘이었다. 마을과 읍ㆍ면의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참여해 온 과정이야 말로 한국사회에서 잊혀지고 있던 풀뿌리의 힘을 보여주었다. 2.14. 주민투표는 그 절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부안은 ‘연대'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지역과 전국의 연대, 지역내에서 다양한 주체들의 연대(정치,사회,종교 등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주체들이 힘을 모은 연대)를 보여주었다. 거대한 권력과 자본의 힘에 맞서 지역주민들의 스스로의 삶을 지키고 주체적으로 선택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 가능성을 부안은 부여주었다.

또한 부안은 ‘대안'의 가능성들을 보여주었다. 방폐장을 반대하기만 해서는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여러 가지 노력들을 해 왔다. 태양광발전소, 대안적 문화(영상작업, 영화제 등), 대안언론 등 여러 가지 노력들을 부안에서 해 왔고,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풀뿌리', ‘연대', ‘대안'은 현재의 사회운동이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으면서 앞으로 담아내야 할 현 시대의 시대정신이다.

반면 이와 관련해서도 부안은 한계에도 부딪히고 있고 고민거리들을 안고 있다. 풀뿌리에서부터 일어난 주민들의 참여의 힘은 많이 약화되고 있는 것같다. 부안에서 생성된 ‘연대'의 끈과 힘들도 많이 약화되고 있다고 느껴진다. 새롭게 만들어내고 있는 ‘대안'들은 진행형이다.

무엇보다 운동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력과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도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부안이 계속 희망을 만들어나갈 수 있으려면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힘을 내고 다시 ‘연대'의 정신을 살려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그동안 많은 지역에서, 특정 현안에 대한 반대운동은 그 현안만 해결되면 급격히 소멸되어 버렸다. 운동의 과정에 참여했던 사람들간에 분열과 갈등이 생기는 경우들도 많았다. 그래서 지역사회도 활력을 잃고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부안에서는 그런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다시 한번 ‘풀뿌리', ‘연대', ‘대안'의 정신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3. 평가와 과제

(1) 근본원인에 대한 진상규명과 평가, 갈등치유

2003년 7월 이후 부안에서 벌어졌던 일들은 민주주의의 측면에서부터 짚어보아야 한다. 사실 방폐장 부지 선정 문제는 오랫동안 끌어온 문제이며, 안면도, 굴업도 등지에서도 심각한 갈등을 겪었던 문제였다. 1990년 11월 충남 안면도에서는 안면도가 방폐장 부지로 결정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권력과 주민들간에 격렬한 충돌이 있었고, 결국 사업계획이 백지화된 바 있다. 또한 정부는 1994년 인천 앞바다의 굴업도에 방폐장을 추진하다가, 역시 1년후인 1995년 스스로 백지화를 시킨 바 있다.

이처럼 지역주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왔지만, 정부는 방폐장을 국책사업이라는 명분하에 계속 추진해 왔다. 그렇지만, 방폐장 건설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제기가 되어 왔다. 안전성의 문제, 경제성의 문제 등이 그것이다. 또한 원자력발전소를 대규모로 증설함으로써 원자력에 대한 의존도를 계속 키우는 식의 에너지 정책방향에 대해서도 비판들이 제기되어 왔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문제제기와 비판들에 대해 정책결정권자들이 진지한 검토를 하지 않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는 것에 있다. 즉 논란이 있고 검토해야 할 사항들이 많은 정책일수록 ‘투명한 정보공개'와 토의를 통해서 정책의 타당성이 검증된 후에 추진하는 것이 원칙인데, 방폐장 추진과정을 보면 전혀 그렇지 못했다.

한편 중앙정부의 관료들은 비민주적으로 관권, 금권을 동원하여 지역주민들을 호도하려 했고, 상당수의 정치인들은 달콤한 환상을 심어주면서 지역주민들을 유도하려 했다. 특히 산업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부안군 위도면을 방폐장 부지로 선정하려고 하면서, 위도지역 주민들에게 현행법상 불가능한 개별적 현금보상약속을 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또한 정부는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방폐장 유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진압하기 위해 엄청난 경찰력을 투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한편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부안 지역에서 막대한 자금을 사용하면서 주민들을 회유했다.

이런 관료들과 정치인들의 접근방식은 지역주민들을 갈라지게 하고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것이 부안주민들을 오랫동안 고통으로 몰아넣고 지역공동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사태가 발생한 근본원인이다.

그래서 이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부안지역 주민들과 부안독립신문을 비롯한 일부 언론들에 의해 일부 진상은 드러났지만, 사태의 근본원인과 과정에 대한 근본적인 진상규명작업은 필요하다. 진상규명은 중앙정부의 개입과 관권,금권의 동원정도, 군수의 전격적인 유치결정의 경위, 각 관료기구들이 한 역할, 주민들의 반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권력남용 경위, 책임소재의 규명 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어차피 관료기구들과 정치인들에 의해 사태가 촉발된 만큼 이들에 초점을 맞춘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아울러 2003년 7월 이후 벌어진 반대운동과 주민투표, 지역내 갈등 등에 대해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평가의 과정들이 필요하다. 다양한 모임과 공간에서 좀더 차분하게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그동안의 과정들을 주민들과 공유하고 평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는 폭넓은 주체들이 참여하여 힘을 모으는 과정이 되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런 노력들은 어차피 긴 과정이기 때문에 한순간에 끝날 일은 아니지만, 시작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아름다운 부안'을 지켜나가고 부안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논의를 시작해 나가야 한다.

한편 지역내에서 찬반여론이 갈리면서 발생한 갈등을 치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진상규명과 갈등치유 노력은 동시에 병행되어야 한다. 지역주민들은 어차피 한 지역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려는 화해의 노력들이 필요하다.

(2) 주민자치, 풀뿌리민주주의의 실현

부안에서 들었던 이야기중에 “누가 군수가 되든 누가 군의원이 되든 주민들의 뜻을 존중하고 따르게 하자”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다.

이 이야기처럼, 주민자치의 희망을 보여준 부안에서 주민들의 참여에 의해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것은 두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 번째는 앞으로 다시는 방페장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군수나 군의원의 독단과 전횡을 군민들 스스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농어촌의 현실속에서 부안만은 타 지역과는 달리 지역의 활력을 찾고 지역주민들이 주체가 되는 지역발전의 길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개발이 아닌 지역주민들의 삶과 지역공동체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발전의 길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이런 발전의 길이 모색되지 않으면 또다시 외부의 관료들, 정치인들, 자본들이 지역에 개입해서 지역사회가 혼란과 갈등에 빠질 염려가 있다.

그런 점에서 주민자치ㆍ풀뿌리민주주의 실현은 부안이 이루어야 할 핵심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첫 번째 과제와 관련해서는 국가적으로도 여러 제도들이 도입되는 추세에 있다. 예산의 위법한 낭비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주민소송을 제기하여 예산낭비를 환수하거나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제도가 마련되었다. 대표자가 독단이나 전횡을 저지르는 경우에 대해서는 주민소환제도도 도입되어 올해 7월 1일부터는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물론 주민들의 참여에 의해 대표자들의 권력남용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지역차원에서도 여러 노력들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보공개조례의 개정, 주민참여기본조례의 제정, 주민참여예산제의 실효성있는 도입 등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첨부자료 참조>

한편 지금 전국의 농어촌지역은 “외부의존적 개발 => 지역사회 황폐화 => 외부의존적 개발”의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지역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해서 각종 시설이나 공사, 카지노, 골프장 등을 유치했는데, 지역경제는 여전히 어렵고 지역주민들은 빠져나가고 지역의 환경만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는 것이다. 외부의 자본이 들어왔는데, 각종 혜택만 받고 이윤만 빼가고 해서 지역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야기들은 여러 지역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농촌지역에 회사나 공장이 들어와도 직원들은 인근 도시에서 출퇴근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반면 이익이 나도 외부로 유출되고 오히려 지역에 각종 특혜만 요구하는 경우들도 많?. 그래서 외부의존적 발전은 지역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 대안으로 모색되고 있는 것이 ‘지역내부의 힘에 의한,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주체가 된 발전'이다. 그래서 여러 지역에서 마을만들기, 마을이나 읍ㆍ면의 비전만들기와 같은 시도들을 하고 있다. 부안에서도 여러 가지 노력들을 하고 있지만, 충남 홍성군 홍동면, 충북 옥천군 안남면 등에서는 지역주민들 스스로 지역의 미래비젼을 찾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아래는 옥천군 안남면의 사례에 대해 최근 신문기사에서 소개한 것이다.

(한겨레신문 2007. 1. 2.자)

사람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어렵다고 합니다. 교육 때문에, 문화 공간 때문에, 일자리 때문에 살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나둘씩 농촌을 떠납니다. 하지만 충북 옥천군 안남면만큼은 다릅니다. 대한민국 국토의 중심에 있는 안남면은 옥천군에서도 인구가 가장 작은 면(1639명)이고, 대청호 바로 옆에 있어 수질보존대책지역으로 묶여 개발이 불가능한 악조건(?)이지만, 하나 씩 하나 씩 ‘작은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자치적으로 운영하는 목욕탕, 주민들이 주인공인 작은 음학회, 학교가 노는 토요일 마을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만든 놀토학교, 농촌에서도 소외된 할머니들의 배움터 등 지역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안남면 사람들의 노력은 끝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자치 1번지 충북 옥천군 안남면을 소개합니다.

여느 농촌 할머니들처럼 안남면 할머니들도 글을 아는 이가 드물었다. 높디 높은 ‘관공서'인 면사무소 주변은 얼씬도 못했다. 버스를 탈 때도, 농협에 갈 때도 글을 몰라 먼저 두려움이 앞섰다. 자나깨나 논밭만 매고, 일만 하다가 그나마 농한기에 마을회관에 모여 ‘화투'치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런데, 2003년 2월25일 충북 옥천군 안남면사무소 2층에서는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바로 ‘안남어머니학교'가 개교하고 첫 입학식을 가진 것이다.

배움에 목말랐던 할머니들은 오래간만에 꼬까옷을 차려 입고, 가방을 둘러메고, 학교에 나왔다. 50명이 넘는 할머니 학생 수는 하나뿐인 초등학교인 안남초등학교 전체 학생 수 60여명에 육박하는 수치였다. 일주일에 이틀 하루 2시간의 수업이었지만 할머니들에게는 못 배운 한과 가슴 속에 응어리진 삶의 애환을 글로 풀어내는 시간이었다.

학교를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안남면 사람들이었다. 토마토 농사를 짓는 송윤섭씨(43·안남면 도덕2리 이장), 안남면에서 슈퍼마켓을 하는 김현자씨, 안남면 연주리에서 목회활동을 했던 염우진씨 등이 초창기 학교를 세운 교사들이었다. 이들은 청주로, 서울로 한글 교습법을 배워가며 열심히 할머니들을 가르쳤다.

안남어머니학교가 가져온 변화는 대단했다. 할머니들은 이제 손주, 손녀, 며느리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농협이나 면사무소에 갈 때 느꼈던 두려움도 사라졌다. 학생회를 만들어 소풍도 가고, 바자회도 하고, 학예발표회도 하면서 스스로의 문화를 가꿔가는 방법을 터득해냈다. 안남면 작은 음악회에서는 주요 출연자로 모셔질 정도로 할머니들의 ‘힘'은 더 세졌다.

안남면에는 이전부터 주민 자치의 전통이 있었다. 주민들이 운영하는 찜질방과 목욕탕이 대표적인 곳. 2000년 군 농업기술센터 ‘농업인 찜질방 설치지원 사업'으로 설치된 안남면 배바우문화생활관은 20여 평의 규모에 찜질방과 목욕탕, 큰 대기실 등을 갖추고 있다. 목욕탕은 목욕탕이 자리한 연주1리 주민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된다. 목욕비는 한 명당 2천원, 대신 연주1리 주민들은 자원봉사비용을 빼서 1천500원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천원이었는데, 적자를 버스를 타고 오는 다른 마을 사람에게 넘기는 대신 자신들이 떠맡겠다고 500원을 올렸다. 자원봉사 당번은 목욕탕 청소 뿐 아니라 그 날 목욕한 사람과 걷힌 비용을 적는다. 수첩에는 ‘서당골 아줌마, 경희 엄마, 준호 엄마, 송정 할머니, 아이들 2명' 등 삐뚤빼뚤 정겨운 글씨가 가득하다. 안마기 2대도 사놓았다. 이용자들이 많아 안남 목욕탕은 365일 문을 연다.

2002년 10월 옥천민예총에서 기획한 ‘안남면민과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가 열렸을 때, 안남면은 그것을 일회성 행사로 그냥 보내지 않았다. 2003년부터는 안남면민이 직접 행사를 기획하고 출연했다. 민예총 예술가들은 찬조 출연자가 됐다.

안남어머니학교를 통해 지역의 평생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지역주민들은 마을 학생들을 위해 지난 9월23일부터 ‘놀토학교'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둘째, 넷째주 토요일에 열리는 놀토학교는 학생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강좌가 개설됐고, 유기농 농산물로 만드는 요리교실, 밤줍기 행사, 기적의 도서관 견학, 향토문화유적 탐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12월 22일에는 안남면 도덕2리에서 안남초 전교생을 초청해 ‘농촌건강장수마을 덩더쿵 한마음 축제'도 열었다. 학생들은 두부만들기, 환경수세미 만들기, 연, 나무 목걸이 만들기 등 다양한 농촌체험을 제대로 즐겼다.

대청호 물이용 부담금을 재원으로 한 주민지원사업비가 안남면에 떨어지는 것은 매년 5억원정도. 이 돈은 대부분 지금까지 각 마을에 냉장고, 세탁기, 농로포장 등의 비용으로 쓰여 졌다. 이렇게 쓰여 지는 것은 돈을 내는 하류지역 주민들에게도, 개발하지 못하는 조건으로 돈을 받는 상류지역 주민들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안남면민들은 2006년 초부터 각 마을 이장들이 모여 마을 이기주의를 버리고, 안남면 공동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돈을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그렇게 돈의 쓰임새를 제대로 정하기 위해 만든 단체가 안남면 지역발전위원회. 지역발전위원회는 3년동안 4억5천만원의 주민지원사업비로 안남면 공동체의 미래 컨설팅을 받기로 한다. 이것은 옥천군에서도 가장 먼저 지혜로운 발걸음을 시작한 것이다. 안남면은 ‘자연과 사람이 함께 더불어 사는 생태문화공동체' 개념으로 안남면의 미래 설계에 한창이다. 지역발전위원회 주교종 회장은 “가장 열악한 환경이라 생각하는 안남면이 가장 빨리 진보의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더디지만 지혜롭게 한발자국씩 떼고 있다”며 “농촌의 어려움을 같이 더불어 사는 사람의 힘으로 극복해보자는 것이 안남면 주민들의 의지”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지역의 발전동력은 그 지역이 가진 자연적, 사회적, 산업적, 문화적 자원과 지역에 애정을 가진 주민들로부터 나온다. 부안이 가진 농업, 어업, 문화, 관광 자원들과 부안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부안 발전의 기본동력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부안 스스로의 힘에 의한 발전전망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 발전전망은 어느 누가 대신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부안이 가진 자원에 대해 잘 알고 부안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는 부안주민들 스스로의 힘에 의해 아래로부터 만들어져야 한다. 부안은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 역사가 있고, 부안은 읍.면별, 마을별로 다양한 장점과 색채가 있다. 이 장점과 색채들이 존중되고, 읍.면과 마을이 가진 고유한 특성과 장점들을 살리는 지역발전전망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각 마을과 읍.면에서는 마을만들기 활동이 이루어지고, 그 마을만들기가 모이면 부안이라는 지역이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행정이나 지역정치권에서는 지역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이런 노력들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 다른 지역의 노력들을 가서 배우고 보는 것도 필요하다.

주민자치위원회나 주민자치센터 같은 읍ㆍ면단위의 조직.시설들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4. 결론에 대신하여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부안은 진행형이다. 진행형에 있는 부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런 과제들을 수행해 나갈 주체들을 어떻게 꾸리는가, 그리고 어떤 과정을 통해 이런 일들을 해 나가는가 하는 것이다.

우선 주민들속에서 주체가 굳건히 서는 것이 우선이다. 지역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고 지역사회에 애정을 가진 각종 단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읍ㆍ면과 마을에서부터 출발하고 군단위에서 이를 모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조례 등을 통해서 제도적 뒷받침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 부분은 민과 관이 협력하고 군의회의 노력 등을 통해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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