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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산성에서 내려다 본 사산, 사산리의 어원은 비가 올 때 두르는 도롱이(簑) 모양의 산인 도롱이뫼(簑山) 밑의 마을에서 생긴 이름이다.ⓒ부안21

주산(舟山)이라는 땅이름도 1914년 이전까지는 없었던 이름이며 일제(日帝)에 의하여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처음으로 생성된 이름이다. 소산방(所山坊)을 중심으로 남하방(南下坊)과 고부군(古阜郡)의 덕림방(德林坊) 일부로 이루어진 것이 주산면이며, 주산(舟山)이라는 지명의 어원은 소산리(所山里) 뒤에 있는 높이 231m의 배메산에서 나온 것이다. 소산(所山)이 곧 「바이메」인 배메다.「바(所)」의 고어는 「바이」인데 이 모음이 역행동화(逆行同化)하는 음운의 법칙에 따라 바이가「배」로 된 것이며. 뒤에 사람들이 배메산의 형국이 배(舟)의 형국이어서 배산(舟山)으로 바꾸어 부르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그 어원을 소주리(小舟里)에서 찾는 사람도 있고, 혹 먹는 과일 배(梨)의 배메(梨山)로 쓰는 사람도 있으며 뱀산(巴山)으로 기록한 문헌도 보인다..

● 사산리(士山里) : 사산리는 비가 올 때 두르는 도롱이(簑) 모양의 산인 도롱이뫼(簑山) 밑의 마을에서 생긴 이름이다. 110m 높이의 아담한 이 도롱이뫼의 중턱에는 테머리형의 토성(土城)도 있다. 지형지명인 도롱이뫼, 뉘역메 마을이란 뜻의 도롱이사(簑)자가 획수가 많아 쓰기가 복잡하다 하여 선비사(士)자로 바꾸어버린 것이 지금의 사산리(士山里)다. 이렇게 되면 산의 모양도 도롱이 모양에서 선비 모양으로 바꾸어저야 하지 않겠는가.

● 수월리(水月里) : 수월리의 순수한 국어 이름은 무넘이(물넘이)요, 그래서 수월리(水越里)였다. 물을 넘긴다는 뜻의 수월리 또는 물이 나누어진다는 수분리(水分里)라는 땅이름은 곳곳에서 보인다.

장수군(長水郡) 번암면(蟠岩面)의 수분리(水分里)는 특히 유명하다. 수분리 마을 고갯마루에 있는 집의 지붕 위에 떨어지는 빗물의 앞쪽 낙수물은 장수(長水), 장계(長溪), 진안(鎭安), 용담(龍潭), 무주(茂朱), 영동(永同), 옥천(沃川), 조치원(鳥致院)을 지나 부여(扶餘)의 백마강(白馬江)을 이루면서 논산(論山) 강경(江景)을 거처 군산하구(群山河口)에 이르는 금강(錦江) 남쪽 줄기의 강물이 되고 지붕의 뒤쪽으로 떨어지는 낙수물은 번암(蟠岩), 임실(任實), 순창(淳昌), 남원(南原), 구례(求禮), 곡성(谷城), 화개(花開)장터를 지나면서 지리산(智異山)의 물을 받아 섬진강(蟾津江)을 이루어 하동(河東)을 지나 광양만에 이른다. 한지붕위에 떨어지는 빗물이 남과 북으로 갈라져 흐름이 마치 인생의 운명, 삶의 역정(歷程)과도 같음을 느끼게 한다.

주산면 무넴이(水越里)도 물을 가두었다가 그 물을 높은 둔덕을 넘겨 농사한다는 뜻에서 생성된 땅이름인데 넘을월(越)자의 획수가 조금 많다 하여 달월(月)자로 바꾸어 쓴다면 무슨 뜻이 있으랴. 그래서 땅이름은 고급의 문화어(文化語)라 하며 함부로 고치거나 훼손하지 못하는 것이다.

● 구담리(九潭里) : 구담리 또한 구담리(龜潭里)로 씀이 옳은 이름이다. 거북이 살고 있는 못이 있는 마을이란 뜻이다. 거북은 우리 민간신앙에서 신령스러운 동물로 대접받는 사령(四靈) 중의 하나며, 십장생(十長生)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마을이름 땅이름에 거북구(龜)자를 많이 사용하여 오고 있다. 일제의 강점기에 구(龜)자가 들어있는 많은 지명들을 아홉 구(九)자로 바꾸어버렸다. 거북이 살고 있는 연못이 있는 마을이란 뜻의 이름이 연못 아홉이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바뀌었으니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 장내리(壯內里) : 백석리(白石里) 옆 장내리 또한 원래는 장내리(墻內里)였다. 담장안에 들어앉아 있는 아늑하고 평화로운 마을이란 뜻의 장내(墻內)가 한획이라도 줄여 간편하게 하려고 클장, 장할장(壯)자로 바꾼 것 같다.

/김형주

김형주선생님은 1931년 부안에서 태어났으며 호는 소재(素齋)이다. 전북대학교를 나와 부안여중, 부안여고에서 교사, 교감, 교장을 역임했다.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부안향토문화연구회와 향토문화대학원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향토문화와 민속’, ‘민초들의 지킴이 신앙’, ‘부안의 땅이름 연구’, ‘부풍율회 50년사’, ‘김형주의 부안이야기’, '부안지방 구전민요-민초들의 옛노래', '속신어와 실아 온 민초들의 이야기' 등이 있고,

논문으로는 ‘전북지역 당산의 지역적 특성’, ‘부안읍 성안 솟대당산의 다중구조성과 제의놀이’, ‘이매창의 생애와 문학’, ‘부안지역 당산제의 현황과 제의놀이의 특성’ 외 다수가 있다.

그밖에 전북의 ‘전설지’, ‘문화재지’, 변산의 얼‘, ’부안군지‘, ’부안문화유산 자료집‘ 등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