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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도에 거인국을 세운다면?
큰 꿈을 꾸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섬
| 2009·09·15 08:17 |
변산해수욕장에서 본 위도ⓒ부안21


  걸리버 여행기(The Guliver's Travles)는 영국의 작가 조나단 스위프트의 1726년 작 풍자소설이다. 어린 날 동심의 기억을 더듬어 보며 ‘걸리버 여행기’의 차례를 살펴보니, 제1부는 ‘작은 사람들의 나라-릴리푸트 기행’이고, 제2부는 ‘큰 사람들의 나라-브롭딩낵 기행’이다.
  뜬금없이 ‘걸리버 여행기’를 들먹이는 건 최근 서울의 인사동에서 만나 남동생과 나눈 얘기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난 가난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났고, 2남3녀 중 장남이다. 특별히 잘난 것도 없으면서 뭐 그리 잘났다고 나만의 꿈과 야망에 취해 허우적거리며 살다보니 글쎄 나이 마흔 다섯이 되도록 손아래 남동생과 단 둘이서 조용히 소주잔을 기울여 본적이 없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소주병을 앞에 두고 마주 앉은 두 형제는 이런저런 소회와 나름대로의 꿈과 야망을 늘어놓던 중 고향을 향한 애향심이 누가 더 큰지 비교해 보게 되었다.
  서로 고향 땅 위도를 위해 벌였던 일과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비교한다는 것이 도토리 키 재기고 어줍잖은 객기일 것 이다.
허나 그런 객기가 정당하다고 으름장을 놓고, 또 합리화 시킬 수 있는 것은 순수한 애향심의 발로이기 때문이리라.
어쨌든 그동안 내 고향 위도를 위한답시고 저질렀던 일들이야 당연히 나잇살 많은 내가 더 많을 수밖에. 동생 보다는 한 십년 더 살아 온 터라 좋은 일이든 궂은일이든 위도에 남아 있는 행적은 내가 훨씬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위도를 위해 앞으로 해보고 싶은 아이디어와 구상은 동생이 훨씬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위도를 거인국으로 만들어 보자’는 제안이었다.
  거인국!? 그렇다. 뭐든지 크게 만들어서 위도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큰 꿈을 꾸고 돌아가게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10년 20년 계획을 세워 물고기도 크게 만들고, 사람도 크게 만들고, 인간사 삼라만상을 큼지막하게 만들어서 위도를 ‘걸리버 여행기’의 거인국처럼 꾸며 보자는 제안이었다.
  약간 취한 상태에서 전해들은 그 제안은 ‘굳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다양한 위도 발전 구상을 해보았지만 이 보다 더 좋은 아이템은 없을 것이라는 착각도 들었다. 그래 동생이 채워 주는 소주잔을 한 잔 한 잔 비우면서 거인국 위도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어찌나 키가 크던지 굽 나막신을 신고 바다를 걸어 다녀도 버선이 젖지 않았다던 계양할미. 그리고 계양할미 슬하 여덟 명의 딸들을 조형물로 만들어서 위도 해수욕장 앞바다에 세워도 보고, 띠배며, 조기며, 어구며, 농기구와 농작물, 기암괴석 등등을 무조건 크게 만들어서 위도 도처에 세워 본다면 그것 참 환상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위도. 2003년 핵 쓰레기장이 위도에 들어서는 걸 막아 보려고 안간힘을 썼던 그 이후, 어떻게 하면 위도를 살릴 수 있을까 숱한 고민도 해보고 허무맹랑한 발상도 적지 않게 해보았다.
  위도개발주식회사를 만들어 보려고 법인설립 자금이라는 5천 만원을 모아 보려고 노력도 해봤고, 바다가 아닌 땅에서 벌어먹을 수 있는 방법론으로 위도 전체를 약초 단지로 만들어 보고도 싶었다.
  그러나 이것저것 잡다한 발상과 구상들을 접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내가 돈이 없고, 진정으로 위도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태반이 가난하기 때문이었다.
  오죽하면 핵 쓰레기라도 받아먹고 살아 보겠다고 나섰을까?
  삐딱한 내 눈으로 볼작시면 위도에 탯자리를 두지 않은 사람들이 말하는 위도를 생각하고 위도 사람들을 배려한다고 얘기는 그저 립서비스요, 구두선일 뿐이다.
  이런 비판과 푸념을 속 좁은 위도 사람의 탄식이라고 치부해도 원망하고 싶지는 않다.
  수원수구라 했던가?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겠는가?
  하지만 손바닥만한 섬 위도 사람들이 아무데서나 시도 때도 없이 뱉어내는 하소연과 탄식에 부안 사람들이 한번쯤 귀를 기울여 봤으면 여한이 없겠다.
  우물 안 개구리가 올려다보는 하늘 보다는 산 들 바다를 다 끌어안고 살아가는 육지 사람들이 바라보는 하늘과 세상살이는 좀 다르지 않을까?
  내 고향 위도를 고슴도치 섬으로 여기지 말고, 위대한 섬, 위도로 여겨줬으면 좋겠다. 큰 사람들이 사는 섬, 큰 꿈을 꾸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섬, 천하경영의 꿈을 가슴에 새길 수 있는 섬 거인국이 바로 위도라고 여겨 주길 소망한다.

/서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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