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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도 진리 당제ⓒ부안21

진리(鎭里)는 위도면의 소재지로 면사무소, 중·고등학교, 경찰지소, 보건소, 농협 등의 기관이 모두 이곳에 몰려 있다. 진리의 옛이름은 가리포(加里浦)였으나 수군(水軍) 진(鎭)이 설치된 이후로 진말 또는 진리라 하였다. 진리면사무소 자리는 위도진의 터로 위도관아는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01호로 지정·보존되고 있다.

진리마을 당제는 정월 초이튿날 지낸다. 전날 밤인 초하룻날 자정 무렵 마을 뒷산에 있는 산제당에서 산신제를 지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예전에는 제관이 목욕재계하고 혼자 산제당에 올라 정성껏 메(밥)를 지어 올렸다고 하나 지금은 마을 남자들 여럿이서 함께 오른다.

초이튿날 아침이 되면 이날 당제에 참여할 마을사람 모두는 마을회관에 모여 아침을 먹고, 영기(令旗) 2기가 맨 앞에 서고, 그 뒤에 오폭기 2기, 제관, 그리고 풍물패 순으로 풍물을 치며 파장금, 치도, 벌금으로 통하는 세 곳의 나들목에 있는 당산나무에 차례로 나가 당산제를 지낸다. 당산제는 간소하게 지내는 편이며, 예전에는 세 곳의 당산나무 자리에 장승이 서 있었다고 한다.

당산제가 끝나면 일행은 마을회관으로 돌아와 잠시 쉬었다가 당제 준비를 마치면 영기와 오폭기, 풍물패를 앞세우고 당에 오른다. 당집은 진리에서 벌금 가는 길 중간 서편의 야트막한 도제봉 언덕 위에 있다. 당집 주위를 후박나무, 동백나무, 그리고 부안 전역을 통틀어 이곳에만 자생하는 참식나무, 붉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등이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어 대낮에도 컴컴하다. 주민들은 이곳 당을 매우 신성시하고 있어 부정한 사람의 접근을 금하고 있다.

▲진리당제/당에 도착하면 풍물패는 풍물을 치며 당집을 돌아 당신에게 일행의 도착을 알린다. 부녀자 두 명이 제물을 진설하면 한 명은 풍물패 중에서 장구와 꽹과리 치는 악사와 함께 징을 치고, 다른 부녀자는 당 서낭에게 절을 하며 마을의 안과태평과 풍어를 축원한다.ⓒ부안21

2006년에 개수한 당집 안에는 장군, 원당부인, 산신령, 역사 등 11서낭의 민화풍의 당신도가 걸려있다. 그러나 이곳 당제를 모시는 서낭은 모두 열두 서낭이라고 하며, 옆 마을 대리 원당처럼 각 서낭의 명칭이나 신격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곳 당제도 예전에는 무녀가 전 과정을 주관했다고 하나 지금은 이 마을의 부녀자들이 무녀 역할을 하고 있다.

원당에 도착하면 풍물패는 풍물을 치며 당집을 돌아 당신에게 일행의 도착을 알린다. 부녀자 두 명이 제물을 진설하면 한 명은 풍물패 중에서 장구와 꽹과리 치는 악사와 함께 징을 치고, 다른 부녀자는 당 서낭에게 절을 하며 마을의 안과태평과 풍어를 축원한다. 이때 당에 올라온 사람들을 차례로 당집 안으로 불러들여 당 서낭에게 절을 시키고 소지를 올리게 한다. 그런 후 ‘산쌀’을 집어 주며 한 해 운수를 빌어준다. 이때 산쌀이 짝수가 되면 그해 운수대통이라 입에 털어넣고 기뻐하고, 홀수가 되면 버리고 짝수가 될 때까지 산쌀을 맞춘다. 이는 옆마을 대리나 식도에서 한해의 풍어를 염원하며 선주들이 배서낭을 내림받는 ‘깃굿’의 ‘산맞추기’, ‘산점(算点, 쌀점)’이 이곳에서는 재숫굿으로 변용된 듯하다. 산쌀 맞추기를 끝내면 제물을 모두 함지에 거두어 담아 당집 주변에 뿌리는 ‘퇴송’을 한다. 이때 풍물패는 계속 굿을 쳐주고, 퇴송이 끝날 때쯤에는 당집을 돌며 인사굿을 치고 당을 내려온다.

마을로 내려 온 일행은 옛 공동우물에서 우물굿을 치고 이어서 도청굿을 준비한다. 도청굿은 마을의 안녕과 마을사람들의 무사를 비는 굿으로 굿청은 위도관아 앞에 상을 여러 개 잇대어 놓은 후 그 위에 제물을 진설한다. 도청굿 역시 예전에는 무녀가 주관했으나 지금은 부녀자들과 풍물패가 주도하는데, 이때는 당에 오르지 못했던 부녀자들도 참여해 마을과 각 가정의 복을 빌기도 하고, 제사를 주도하는 부녀자로부터 ‘산쌀’을 받아 한 해 운수를 점치기도 한다. 풍물패는 그 앞에서 굿을 친 후 관아 안으로 들어가 관아 건물을 돌며 굿을 치고, 관아 앞마당 우물에서 우물굿을 친 후 관아를 나온다. 굿이 끝나면 제물을 함지에 모두 거두어 담아 주변에 골고루 뿌리는 ‘퇴송’을 한다.

도청굿이 끝나면 풍물패는 마을의 각 가정을 돌며 지신밟기를 한다. 이때 각 가정에서는 쌀이나 돈을 상 위에 올려놓는다. 이 쌀이나 돈은 마을 공동기금으로 쓰인다. 예전에는 지신밟기가 정월 대보름까지 이어지는 마을의 큰 축제였다고 한다.

▲진리당제/마을로 내려 온 일행은 옛 공동우물에서 우물굿을 치고 이어서 도청굿을 준비한다. 도청굿은 마을의 안녕과 마을사람들의 무사를 비는 굿으로 굿청은 위도관아 앞에 상을 여러 개 잇대어 놓은 후 그 위에 제물을 진설한다.ⓒ부안21

도청굿이 끝나면 마을 부녀자들은 그 다음 날에, 그렇지 않으면 별도의 날을 받아 ‘선창굿’을 지낸다. 선창굿은 마을 공동으로 용왕에게 뱃일의 무사안녕과 풍어를 비는 굿이다. 선창굿 또한 예전에는 무녀가 주도했으나 지금은 마을 부녀자들과 풍물패의 주도로 이루어진다. 굿이 끝나면 제물을 함지박에 거두어 담아 해안 곳곳을 돌며 바다에 던지는 ‘산물’을 한다. 이는 수중고혼을 위로하는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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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철희huh@buan21.com

<부안이야기 13호>에서 옮겨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