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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지운 김철수가 백산면 대수리에 손수 지어 거처했던 초라한 토담집. 나라 잃었던 식민지 시대에 조국의 독립을 위해 항상 전위에 서서 일본과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을 넘나들며 죽음을 무릅쓰고 힘쓰던 독립운동가에게 분단된 조국에는 작은 토담집과 겨울의 칼바람과 공안 당국의 감시가 있을 뿐이었다.

반면에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은 일본에 부역한 댓가로 엄청난 부귀 영화를 누렸고, 광복 64주년인 지금까지도 그 후손들은 그 부를 이어 누리고 있다. 노무현 정권 들어서서야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안’이 시행을 보게되어 재산 환수 작업에 들어갔지만 내년 7월이면 그 활동을 마감하게 된다. 남은 1년 동안 그 큰 일을 얼마나 수행해 낼지 의문이다.ⓒ부안21

노무현 전대통령이 추구한 경제정책의 상당부분은 신자유주의 노선이었다. 신개발주의라 불리는 토목·건설주의에 충실했으며 급기야 한미FTA 체결을 선언하고 이를 추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으로 있던 기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시도 바람 잘 날이 없이 ‘조·동·중’을 앞세운 기득권 세력과 부딪혔다. 그가 수구세력과 대립했던 이유는 과거청산에서 찾을 수 있다. 그가 재임했던 기간에 과거사 문제와 아울러 언론개혁이나 사립학교법 문제 등이 주된 쟁점이 되었다. 언론개혁의 문제도 사실 따지고 보면 친일문제나 군사독재에 대한 협력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과거사의 영역에 포괄될 수 있는 문제이다.

마침내 2005년 2월 진보진영의 의원 169인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이 특별법은 이듬해 6월 시행령이 공포되며 시행을 보게 되었다.

이 법에 의해 설치된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는 재산환수 대상자를 선정하고 환수 작업에 들어갔다. 재산환수는 일제 강점기에 작위를 받은 고위직 관리를 지낸 사람이 취득한 재산이 주요 대상이었다.

이 가운데 한 사람이 민병석이다. 1910년 국권 피탈 후에는 일본 정부의 자작 작위와 은사금을 받고 이왕직 장관(李王職長官)이 되었으며, 1939년 조선총독부의 자문기관인 중추원 부의장을 지냈다. 그의 둘째 아들은 박정희 정권 때 9년 동안이나 대법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는 민병석 등이 남긴 재산의 환수에 나섰다. 그러나 민병석의 후손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대법원은 지난해 말 제3자가 친일 후손으로부터 친일재산인지 모르고 사들인 토지의 경우에는 환수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친일·반민족행위재산조사위원회는 친일 후손이 얻은 경제적 이득을 환수하기 위해 부당이익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친일재산조사위에 따르면 국가귀속 결정이 내려진 친일파 땅의 90.5%가 아직 환수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명박 정권의 등장으로 인하여 이제 지난 정부가 주도해 온 정부차원의 과거사진상규명 작업은 더 이상 추진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각종 과거사 위원회도 통폐합 위기에 시달리고 있거나, 임기가 만료된 위원들이 과거청산의 대의에 반하는 반민주적 인물들로 속속 교체되면서 위원회의 존립 의미 자체가 실종되어버린 것이다. 정권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과거사위원회들이 제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이러한 가운데 64돌 광복절을 앞둔 지난 13일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는 일본 강점기의 군인과 경찰 등 53명에 대해 추가 재산환수 여부를 사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수 대상을 핵심 공직자를 넘어 조사 대상을 군경 등으로 확대한 것이다.

4년 한시법인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는 내년 7월이면 그 활동을 마감한다. 남은 1년 동안 그 큰 일을 얼마나 수행해 낼지 의문이다. 광복 후 두 세대가 지났어도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허정균/huhjk@buan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