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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생태문화의 보고 '고사포-적벽강' 해안
| 2009·10·26 03:02 |
지난 달 사리 때(9월20일, 8물) 하섬 앞 갯벌, 칫등 주변은 사람바다를 이루고 있다.ⓒ부안21


'하섬 갯벌은 우리집 찬장이여'

변산의 바닷가 사람들은 부지깽이도 한 몫 거들어야 한다는 보리 베고, 모내기 하는 바쁜 철에도 사리 때와 겹쳐지면 잠시 논밭 일손을 놓고 바다로 달려간다. 하다못해 바지락이나 똘장게라도 잡아다 젓 담그고 게장 담가 놓아야 가족들 건강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밥상을 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바닷가사람들에게 갯벌은 곧 찬장과도 같은 곳이다. 지금은 생활 양상이 많이 바뀌어 다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지역에서 시장보아다 밥상 차리는 가정은 별로 없었다. 갯벌에서 나는 이것저것들로 밥상을 꾸렸던 것이다.

그중에서도 변산면 마포리 하섬 앞 갯벌은 주변 경관도 빼어나지만 다른 곳에 비해 훨씬 더 풍성한 찬장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하섬은 사리 때가 되면 바닷길이 열려 육지와 연결되는 섬인데, 섬 주변은 종 다양성 면에서도 다른 곳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사리 때 드러나는 ‘칫등’ 주변에는 많은 양의 바지락이 묻혀 있다.


고사포해수욕장-적벽강 간의 해안도로는 도로 양편이 차들로 빼곡하니 주차장으로 변해있다.ⓒ부안21




가까이로는 김제, 정읍, 전주, 광주 등지에서, 멀리로는 대전, 안산, 인천, 서울 등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칫등에서 바지락을 캐고 있다. 하섬 앞 갯벌이 언제부터인가 변산사람들의 찬장이 아니라 전국민의 찬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부안21






바구니 가득가득한 갯것들을 이고, 매고, 끌고 갯벌을 나가는 광경ⓒ부안21

풍경1

지난 달 사리 때(9월20일, 8물) 하섬 앞 갯벌, 마침 일요일이어서인지 이른 아침인데도 어디서들 몰려 왔는지 고사포해수욕장-적벽강 간의 해안도로는 도로 양편이 차들로 빼곡하니 주차장으로 변해있다. 사람들마다는 갈고리, 바구니 등을 챙겨들고 갯벌로 향한다. 갯벌에 들어서자 칫등 주변은 이미 사람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변산사람들은 어쩌다 한두 명 눈에 뜨일 뿐 가까이로는 김제, 정읍, 전주, 광주 등지에서, 멀리로는 대전, 안산, 인천, 서울 등 전국에서 몰려 온 것이다. 하섬 앞 갯벌이 언제부터인가 변산사람들의 찬장이 아니라 전국민의 찬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섬 앞 갯벌은, 해안선의 바위지대, 바위지대를 벗어나 하조대까지는 모래펄갯벌, 하조대에서 하섬으로 이어지는 칫등 주변은 자갈과 모래가 섞인 혼합갯벌, 하섬과 진여(긴여) 주변은 조수웅덩이가 발달한 바위지대 등 갯벌 스팩트럼이 펼쳐지는 곳이다. 바위지대에는 고둥류, 민꽃게, 똘장게(풀게, 무늬발게의 통칭) 등의 게류와 청각, 톳, 돌김 등의 해조류 등이 서식하고, 모래펄갯벌에서는 해방조개, 맛조개, 개불 등이, 칫등 주변의 혼합갯벌에서는 주로 바지락이 서식하는데, 이날 모여 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지락 서식지인 칫등에 몰려 있었다. 바지락 채취라야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호미로 펄만 헤집으면 되는 단순한 작업이다. 아무리 초보자라도 열심히만 펄을 헤집으면 한 바구니는 채울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허리춤까지 차는 물속에 들어가 삽으로 모래를 떠서 얼맹이(대부분 노란 프라스틱 가구로 대신)에 담고 물속에서 흔들어 바지락을 캐는데 그 모습이 꼭 서부영화에 나오는 사금 캐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어려서 많이 보아 온 광경이다. 변산사람이 아니면 저런 노하우를 터득할 수는 없을 터, 반가운 마음에 누굴까 하고 다가가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김제에서 왔단다. “김제사람들 그 좋던 갯벌 다 내주고 부안으로 원정 오셨소”하고 물었더니. “그러게나 말이오”하며 멋쩍어 한다. 김제의 심포나 거전갯벌이 살아 있다면 굳이 부안까지 원정오지 않았겠기에 하는 소리였다.  

“물 드네” “누구야 물들어 온다. 어서 나오니라”

두 시간쯤 지났을까? 여기서 저기서 물이 들어온다고 알려온다. 썰물에서 밀물로 바뀐 것이다. 이럴 때 욕심을 부리다간 큰 코 다친다. 미련을 떨치고 과감하게 일어서야 한다. 조금만 더 조금 더 하고 욕심을 부리다간 자칫 섬에 갇히거나 물살에 휩쓸릴 수도 있어 위험하다.

잠시 열렸던 바닷길은 어느새 밀려 온 물에 닫히고 하섬은 언제 뭍과 연결되었었냐는 듯 또다시 망망대해에 떠 있다. 바구니 가득가득한 갯것들을 이고, 매고, 끌고 갯벌을 나가는 광경 또한 장관이다. “이 사람들이 캐가는 바지락을 한 데 모으면 10톤은 되지 않을까요” 일행에게 물었더니 “그렇겠네요”하며 맞장구를 친다.








9월 21일, 주민들이 하섬 주변에 바지락 종패를 뿌리고 있다. ⓒ부안21

풍경2

그 이튿날인 9월21일 오후 3시 무렵의 성천 포구. 이 지역 주민들(대항리 어촌계)이 하섬 주변에 바지락 종패를 뿌린다기에 찾았다. 오후 4시가 가까워 오자 주민들이 갯일 나갈 채비를 단단히들 하고 포구로 모여들고, 곧 이어 바지락 종패를 가득 실은 10톤 트럭과, 1톤 트럭이 포구로 들어서는데 부두가 꽉 차 보인다.

종패라고 하기에 콩알만 한 작은 종자인 줄 알았는데, 손톱 마디만 하게 굵다. 의아한 생각이 들어 “아니, 어제 관광객들이 캐간 반지락 크기가 이만 하던데..., 그리고 양도 이만큼은 되고.., 그런데 오늘 또 그만큼의 종패를 뿌리네요.”하고 물었더니 “누가 아니래요. 그래도 어떻게 하겠습니까. 바다를 살려놓고 봐야지.”하는 것이었다.

배 3척에 바지락 종패를 나눠 싣고 나가 하섬 주변에 뿌렸다. 대항리어촌계 김연식 씨는 “농부들에게는 논과 밭이 삶의 터전이 듯, 어부들에게는 바다가 삶의 터전인데, 주민들만의 힘으로는 삶터를 지켜내기가 정말 어렵다. 갯벌 접근 지점에 경고판도 세우고, 주민들이 지키기도 하지만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며, “관광도 좋고, 갯벌체험도 좋지만 이곳의 생태계 보전에 유념해 주길, 특히 양식장에 무단출입해 펄을 헤집는 행위는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렇잖아도 어장황폐화로 시름겨운 어민들은 막대한 예산 들여 종패를 뿌리고, 외지인들은 그걸 아무렇지 않다는 듯 캐가고..., 불과 이틀 사이에 벌어진 이 대비되는 두 풍경을 목격한 심정은 착잡하기만 했다.

대항리 어촌계는 앞으로 ‘외부인의 양식장 무단출입을 철저히 막아 어장도 보호하고, 생존권도 지켜 나갈 것’이라며, 이의 한 방편으로 어장지킴이의 감시 강화, 주민들에게 출입증 발부 등 삶터를 지킬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의 의지만으로 이곳을 잘 지켜낼 수 있을지...

이곳만은 지키자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부안은 남쪽 줄포에서 북쪽 동진강 하구까지 해안선 길이가 무려 99km나 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새만금사업으로 변산면 대항리 서두터에서부터 동진강 하구까지 4분의 1에 가까운 해안선을 잃었다. 따라서 해창, 백련리, 월포, 장신포갯벌과, 돈지, 계화도 일대에 펼쳐진 드넓은 하구역갯벌도 잃었다. 주민들의 삶터뿐만이 아니라 해양 특유의 심미안적인 경관까지를 잃어버린 것이다.

이제 남은 갯벌은 내만형 갯벌인 줄포만갯벌, 모항, 언포, 궁항, 대항리갯벌과 하섬 앞 갯벌이 남아 있다. 그중에서 고사포해수욕장에서 하섬-적벽강-채석강으로 이어지는 해안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경관도 빼어나려니와 다른 어느 곳보다도 종 다양성이 풍부한 해안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곳곳에 독살터와 어살터가 있고, 마포리조개무지, 수성당, 죽막동제사유적지가 산재하고 있어 해양문화사적으로도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이런 이유로 이 지역이 국립공원 울타리 안에 포함되는 즉 해상국립공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곳도 육상의 경우처럼, 갯벌 출입을 통제한다든지, 해양생물채취를 금한다든지 하는 보다 엄격한 공원관리가 요구된다. 육상은 곳곳의 샛길 출입을 통제하고 풀 한 포기 돌 하나도 건드릴 수 없다. 그런데 해상공원은 군사시설 외엔 전 지역이 개방되어 있다. 해안도로는 휴가철이나 주말이면 주차장을 이루다시피 하고, 이들이 내쏟은 쓰레기로 해안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가하면 이들의 무차별적 해양생물 채취행위로 인해 해양생태계가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  

국립공원의 본래 취지는 자연보존이지 보다 많은 탐방객의 유치는 아닐 것이다. 설령 갯벌생태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하더라도 인원수를 제한한다든지, 구역을 나누어 휴식년제를 도입한다든지 하는 등의 운용의 묘를 살려 해양생태계를 보전하고 아울러 주민들의 삶터도 지켜낼 수 있는 제도적 방침이 요구된다.

이의 한 방편으로 새로운 ‘관광아이템’ 개발 차원에서 고사포-적벽강에 이르는 해안도로를 ‘제주올레길’처럼 보행자 혹은 자전거 전용의 ‘생태문화탐방길(변산올레길 혹은 변산마실길)’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무분별한 갯벌의 접근, 해양생물 체취행위 등을 제한하고, 오직 수려한 경관을 즐기면서 해양문화 유적지를 탐방하고 해양생태를 관찰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면 탐방객, 국립공원, 지자체, 주민 모두의 입장에서 보아도 시너지 효과는 클 것이라 여겨진다.

변산반도가 숨겨놓은 또 하나의 비경 '하섬', 해양생태문화의 보고인 이곳만은 지켜져야 한다,
이곳에 변산반도의 미래가 있다.

/허철희/huh@buan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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