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21

이 장에서는 섬이라는 특이한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숙명적으로 당한 위도의 통한의 역사를 논(論)코자 한다.

외치도(外雉島) 어선 조난사고

지금으로부터 76년 전(1931)년 한 해 동안에 세 차례에 걸친 풍랑으로 어선 500여 척과 어부 600여 명이 치도 앞 바다에서 수장되어 버린 해난사고가 일어났다.

1931년 4월 첫 번째 태풍사고가 있은 후 8월, 12월 연이은 세 번의 사고였다. 일본의 전쟁준비에 필요한 어획량 확보를 위한 무리한 독려로 일어난 사고였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지금만 같아도 사고 후엔 철저한 조사와 대책이 수립되고 통제되는 것이 상례인데, 같은 장소에서 같은 해에 세 번의 사고는 상기한대로 일본의 무리한 독려로 일어난 사고였을 것이란 의문이다.

위도면 치도(雉島)에 바다를 향해 서 있는 조령기념비(弔靈記念碑)가 그때를 말해준다. 그 내용을 적어 본다.

본 비는 서기 1931년 위도면 치도리 앞 칠산어장에서 조업중 3회에 걸친 강한 태풍으로 인하여 500여 척 어선이 전복되여 익사한 어부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하여 1932년 3월 전라남도 수산당국이 건립함.”

본 비는 오랜 풍상을 겪는 동안 제단에 금이 가는 등 붕괴 위기에 놓인 것을 서기 1977년 부안군의 재정 지원과 치도리 주민들의 노력으로 전면 보수함.

이라고 쓰여진 비석은 오늘도 말없이 칠산(七山)바다 바람을 맞으며 서 있다. 그리고 위도 사람들은 해마다 5월이 오면 그 혼령들을 위한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통도호(通島號) 침몰사건

근사(近史)에 위도를 울린 두 번째 사고는 1958年 음력 3월 15일에 일어난 위도-곰소간 여객선 통도호의 침몰사건이다.

마침 강한 바람이 불었지만 평소의 운행경험에 의해 위도를 향해 출발한 낡은 목선(日本船) 통도호는 격포와 임수도 근방에서 기관고장으로 멈춰버린 채 풍랑을 따라 남쪽으로 밀리고 밀리다 어느쯤에서 침몰하여 버렸다.

그 배에 승선한 위도주민 62명 중 두 사람만 생존하고 60명이 실종됐다. 다행히 시신(屍身)을 수습한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시신마저 망실(亡失)해 버리고 말았다.

그 당시 부모나 형제를 바다에 망실해 버린 위도주민 중에는 슬픔과 죄책감으로 지금까지도 위도 근해에서 잡은 생선은 먹지 않은 사람도 있다. 이는 ‘葬於江魚之腹中'(내 차라리 양자강 물 속에 빠져 죽어 물고기의 뱃속에 장사지낼 망정)’이라고 한 중국 초(楚)나라 삼려대부 굴원(屈原)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하여 양자강에서 잡은 물고기는 먹지 않았다는 중국고사를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이렇듯 통한을 간직한 자손들이 지금도 살고 있으며, 그로부터 38년이 지난 1996년경 필자가 위도 식도분교에 근무할 당시에도 음력 3월 16일 밤은 여러 집에서 제사를 지내는 것을 보고 섬에서의 특이하고도 깊고 아련한 아픔을 느끼기도 하였다.

서해훼리호 침몰사건

이 무슨 또 청천벽력 같은 사고인가? 1993년 10월 10일 10시경, 위도를 출발한 서해훼리호는 위도와 격포 사이에 있는 임수도 북서쪽 3km 지점 물골목 앞에서 침몰해 버린다. 우리나라 여객선 사고사상 세 번째로 큰 인명피해를 낸 서해훼리호 사건(292명 사망) 이야기이다.

국내의 해상사건으로는 1953년 1월 9일 부산 다대포 앞 창경호 침몰사건(3백 30명이 사망한 사건)과 1970년 부산 제주간 남영호 침몰사건(3백 23명 사망)에 이어 세 번째 큰 해난사고이다. 마침 김영삼 정부가 취임하고 계속적으로 일어난 93년 3월 28일 부산 구포열차 전복사고와 7월 6일 목포 해남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사고에 이어 세 번째로 바다에서 일어난 대형 사고 앞에 온 국민은 경악과 슬픔에 휩싸였다. 그때의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한 생각이 든다.

이렇게 큰 사고가 났는데도 사고 직후 당국은 사고가 왜 났는지, 승선객은 몇이고, 실종자는 얼마나 되는지..., 아무 것도 파악하지 못하고 당황만 하고 있어 승선자 가족이나 국민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위도 주민과 선주들이 먼저 목숨 걸고 나서 구조작업을 진행했고, 이어 경찰과 군의 합동구조단이 헬기 4대와 해군 함정 37척, 어선 79척 등 선박 163척, 그리고 잠수요원과 어민 등 3,100여 명이 투입돼 해상과 공중에서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사고해역을 중심으로 수색작업을 진행하였다. 사고일로부터 무려 24일간 사고발생지로부터 반경 40km를 수색하여 사고처리를 마무리한 결과는 이러하였다.

서해훼리호 승선정원은 221명인데 그 날 배에 승선한 인원은 무려 362명으로 정원보다 141명을 초과했다. 그 중에서 생존자 70, 사망자 292명이었다. 그 중 위도 주민은 61명이 승선하여 3명이 생존하고 58명이 사망한 실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

기상상황을 무시한 출항, 돌풍이 불어 파고가 3～4m에서의 기기조작과 운행미숙, 정원을 무시한 승객 초과와 무리한 과적, 안전의식 결여, 그리고 방심에서 발생한 이와 같은 무섭고 슬픈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하겠기에 위도의 통한의 이야기를 논하였다.

/邊山小松金吉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