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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밥상의 지배자, 카길의 모든 것
<서평> 누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가
| 2007·07·05 01:23 |
<누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가>브루스터 닌 저, 안진환 역, 시대의 창 발행ⓒ부안21



세계 밥상의 지배자, 카길의 모든 것

우리는 일상에서 ‘카길’을 만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특정 신문과 잡지의 양담배 선전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던 필자도 국내 주요 축산 단체의 기관지와 농업 전문지에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카길의 퓨리나 사료 광고에 대해서는 무감각했음을 실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설사 퓨리나 사료에 경계심을 가졌더라도 카길에 무감각해 있는 필자를 둘러싼 현실 상황이 바뀌지는 않는다. 한 달에 최소 수 회 이상 축산물 소비를 행하고 있는 당신은 육류와 카길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세세하게 따져본 적이 있는가.
국내 배합 사료 원료 곡물의 99%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그 수입 곡물의 공급자가 바로 카길 아닌가. 국내 소 사육이 크게 늘어난다면 카길은 사료 곡물 수출을 통해 이윤을 챙긴다. 반면 소 사육이 크게 위축된다면 카길은 쇠고기 수출을 통해 돈을 번다. 카길은 곡물 생산에서부터 유통과 농식품 가공 등에 이르기까지 세계 농식품 체계의 전 분야를 장악한 탓에, ‘비오는 날은 소금장수 걱정, 맑은 날은 우산장수 걱정’이라는 식의 이해가 전혀 들어맞지 않는다. 혹시 농구 경기 중에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외국인 용병이 터뜨리는 호쾌한 덩크슛에 박수를 보낸 적이 있는가. 농식품 체계와 푸드 시스템의 세계화 속에서 카길은 농구팀 내 용병 같은 존재로서 우리 곁에 은근슬쩍 다가와 있다. 카길은 우리가 느끼든 느끼지 못하든 우리의 식탁 위에 버젓이 둥지를 틀고 매일 우리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누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가』는 종자(유전자 조작)에서 수퍼마켓까지를 화두로 삼아 세계 식료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는 카길을, 그 역사적 성장 과정과 각 사업 부문들에 대한 구체적 접근을 통해 추적한 책이다. 이제 제법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카길은 미국의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상 전략의 구체적 수립자이며 지금까지도 WTO 협상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WTO 협상은 결국 카길과의 협상이다”라는 반다나 시바의 지적처럼, 미국과의 쌀 협상 배후에는 엄연히 카길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 책에는 이처럼 카길이 이윤을 쫓아 세계 식품 시장 장악을 위해 운송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 세계 각국의 농업 정책에 대한 간섭 과정, 그리고 다양한 사업의 성공과 실패 과정이 구체적 사례와 함께 소개되어 있다. 카길은 지구상에서 가장 싼 원료 농산물 생산지에서 작물을 재배하고, 가장 싸게 원료를 가공할 수 있는 곳에 공장을 세우며, 전 세계를 무대로 가장 비싼 소비지를 찾아 나선다. 세계 주요 항만 시설에는 카길의 곡물 엘리베이터가 존재한다. 계약 생산, 수직적 통합, 인수·합병, 해외 직접 투자 등은 농식품 복합체들의 전형적인 사업 확장 전략이다. 이 책을 보면, 구제역 파동과 관련해 한때 중흥기를 맞았던 대만의 양돈 산업에도 카길의 역사가 철저히 배어 있고, 중국의 농업 시장 개척에 카길이 어떻게 관계하고 있는지 등도 잘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국내 농식품 산업에서 카길은 어떤 고리를 갖고 있었으며 현재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관점과 주요 정보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농식품 복합체의 대량 생산에 기초한 세계 농식품 시장 장악은 특히 소농 구조를 기반으로 한 국가에서 지역 농업의 전면적 파괴를 초래하고 있다. 식료 자급률 저하, 유전 자원 감소, 자연·생태 환경의 순환 질서 파괴 등은 카길을 비롯한 농식품 복합체의 전횡의 결과이다. 카길은 스스로를 전 세계 후진국 국민의 발전을 돕는 가장 경쟁력 있는 기관이라고 자청한다. 그러나 기아 구제를 위해 세계 곡물 생산의 증대를 꾀한다는 농식품 복합체 중 어느 하나도 제3세계 기아를 해결하기 위해 흔쾌히 지원을 행한 사례가 없다. 오히려 오늘날 식료 안전성의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는 유전자 조작 식품의 실험 대상으로 삼고자 했을 뿐이다. 그들에는 이윤에 대한 갈망만 있을 뿐이다.

그럼 우리는 카길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찾기 위해 씌어진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 장을 통해 그 해답의 실마리를 던지고자 애쓰고 있다. 현장의 구체성을 필요로 하지만 이 책은 다양성과 포괄성을 무기로 번영하며 결과적으로 이 두 가지 개념을 창출하고 있는 지역 공동체와 이들 지역 공동체의 유기적 상호 의존성을, 카길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로 제기하고 있다. 이 책은 차근차근 시간을 두고 읽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카길에 대한 우리의 접근을 보다 구체화시킬 수 있다. 필자는 환경 보전형 농업이야말로 진정한 반독재 운동이며 가장 구체적인 반미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지역 순환에 기초한 환경 보전형 농업이야말로 진정으로 카길의 농식품 체계를 벗어나 자주 농업을 실현하고 농민에 의한 농업 경영을 가능케 하는 출발점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구조적 메커니즘 분석의 중요성

하지만 이 책은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전 세계를 배경으로 한 카길을 하나의 자본의 탄생과 성장·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다루는 데 중점을 둔 결과, 초국적 자본과 국가의 관계 그리고 일국 자본과의 관련성에 대한 해명은 다소 부족한 편이다. 카길의 요구가 각 국가 정책에 어떤 과정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보다 세밀한 접근이 요구된다. 우리나라의 노태우 정부 때 카길의 국내 사료 산업 진출에 대한 저항, 국내 재벌의 대항 등은 보다 면밀한 분석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아울러 대부분의 번역서가 갖는 한계로서, 이 책 또한 경제학이나 농학 관련 전문 용어가 다소 부정확하게 표현된 부분이 있다는 것도 지적할 수 있겠다. <환경과생명/2005년 봄호>

/글·송동흠
1968년생. 지속 가능한 농업 발전, 농촌공동체(협동조합)에 기초한 농민 운동에 관심을 갖고 1994년 이후 농업 관련 단체에서 줄곧 일해 왔으며, 현재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사무국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 글은 풀꽃세상을위한모임이 만든 열두번째 책 '풀씨"에서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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