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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똥을 보다
"살아있는 것들에게 특허를 주는 기이한 세상"
| 2007·07·20 01:54 |
반다나 시바 환경, 여성인권, 국제문제에 관한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선구자적인 사상가 가운데 한 사람. 핵물리학을 전공했다가 서구 과학기술의 문제점을 깊이 인식하고 생태운동에 투신한 활동가이다. 인도에서 다국적기업의 삼림파괴에 반대하는 칩코운동(Chipko movement)을 조직했으며, 제3세계의 생물 다양성 문제와 다국적기업의 생물해적질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반대운동들을 펼쳐냈다.1995년에 또 하나의 노벨상으로 알려진 Right Livelihood Award를 수상했다.

다큐멘터리 ‘소똥’을 보고

인도풍의 음악이 흐르고, 한 여인이 남편인 듯한 사람의 사진을 들고 카메라 앞으로 등장한다. 여인의 표정은 쓸쓸함을 넘어서 멍한 듯한 느낌마저 준다. 영상과 함께 흐르는 음악이 구슬픔을 더해주었고, 그 뒤로 사진을 든 몇 사람의 넋나간 듯한 모습이 이어졌다. 이 사람들을 멍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곧이어 ‘소똥’이라는 제목을 상기시켜주기라도 하듯이 소들의 배설장면이 적나라하게 보여진다. 인도에서는 소똥을 짚과 섞어서 집을 짓는데 사용하며, 연료로 쓴다고도 한다. 일상적으로 똥을 폐기처분하고 있는 나로서는 소들의 배설물이 유용하게 쓰이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소똥’은 인도의 핵물리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반다나 시바’가 종자보존을 위해, 더 나아가서는 생명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활기차게 움직이는 모습을 쫓아간다.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그는 어디에서나 초청 0순위이며, 그의 힘찬 음성이 울려퍼지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큰 박수와 환호가 쏟아져 나온다.

  어느 새, 화면은 세계적인 종자기업인 몬산토의 건물내부를 향하고 있었다. 그 곳에 있는 수백 개의 연구실에서는 식물의 유전자조작을 위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실의 관리자는 유전자조작 식물의 뛰어난 특성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 몬산토는 수백 가지의 종자특허권을 획득한 상태라고 한다. 인도에도 몬산토 회사의 지부가 설립되어 있다. 인도의 가난한 현실을 극복할 방법이 바로 유전자조작 기술이라고 역설하는 직원의 말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다큐멘터리 <소똥> 포스터, ⓒ2007 인권운동사랑방

  인도에서는 매달 수백 명의 농민들이 자살을 한다. 반다나 시바는 이것이 단지 인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운명을 달리한 고 이경해 농민에 대한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한 편, 칸쿤에서의 WTO협상은 결렬되는데, 그 이유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대표들이 미국과 유럽의 고압적인 태도에 반대하여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회의장 밖으로 나와서 비틀즈의 노래를 개사하여 부르며 즐거운 함성을 질렀다. 항상 강대국의 횡포에 휘둘렸던 제3세계 국가들의 이런 모습에서 적지 않은 희망을 볼 수 있었다.

  흥겨운 음악과 함께 반다나 시바가 기차 안에서 잠든 모습이 보인다. 입을 벌리고 자는 모습을 보니, 그의 피로감이 느껴진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웃는 모습이다. 비록 화나고 짜증이 나는 상황일지라도 그는 웃는 모습을 잃지 않는다. 반다나 시바에게 ‘소똥상’을 주었으며, 인도의 외교통상을 맡고 있는 한 남자와 격한 대화를 나눌 때에도, 시바는 정색을 하는 듯 싶더니 곧 웃음을 내보였다.

  인도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님’이라는 나무가 있다. 우리가 소금을 이용하여 입 안을 깨끗하게 하듯이 인도사람들은 ‘님’의 나뭇가지로 양치질을 한다. ‘님’은 입안의 세균을 죽이기도 하지만, 씹어서 먹을 경우에도 뱃속의 세균을 제거한다. 그런데 유럽특허청에서 한 종자기업에게 ‘님’나무에 대한 특허권을 내주었다. 이에 반다나 시바를 비롯한 활동가들이 유럽특허청에 가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권고안을 제출하였으며, 마침내 ‘님’나무에 대한 특허권을 취소시켰다. 인도 사람들이 2천년간 애용해왔던 나무에 대한 권리를 되찾은 것이다.

  몬산토의 모토는 ‘대화, 존중, 나눔’이다. 이 세 단어는 모두 소통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몬산토는 그들의 횡포에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들을 존중하며 그들과 마음을 나눌 생각은 없어 보인다. 몬산토는 그들의 직원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직원들을 존중하며, 그들의 직원들과 많은 생각을 나눌 뿐이다. 몬산토의 한 직원은 자신들이 하는 일들이 모두에게 이로우며, 또한 옳다고 말한다. 이것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그들을 오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횡포를 그치지 않는 것은 어쩐 일일까.

  인도의 농민들이 자살을 하는 이유는 어찌 보면 간단하다. 그들이 종자를 사고, 비료를 사고, 제초제를 사기 위해 빌린 돈이 적지 않은데, 수확에 따른 이익환수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WTO체제 이후의 단일 품종 경작으로 인한 가격의 하락이다. 많은 농민들이 몇 가지 제한된 곡물과 채소만 생산하다 보니, 생산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는 것이다.그런데도 인도 정부는 자살 농민들이 도박에 빠졌거나, 돈을 잘못 굴리기 때문이라고 못박는다. 집안의 가장인 농민들이 목숨을 버리면서, 그 책임은 고스란히 아내와 나머지 가족들에게 떠맡겨진다.

  ‘소똥’에서 반다바 시바의 마지막 무대는 코카콜라 공장을 몰아내려는 현장이었다. 코카콜라 공장에서 물을 함부로 쓰는 바람에 그 지역 100여가구가 물부족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시위대는 ‘코카콜라는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하였고, 여자들과 아이들은 천막에 앉아 농성을 벌였다. 기업의 상업적 행위가 지역사회에 어떠한 피해를 입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시위에 참가한 외국의 한 농민은 “간디가 영국을 향해 인도를 돌려달라고 말했던 것처럼 우리도 코카콜라에게 인도를 돌려달라고 외치자”고 말했다.

  지금 우리는 살아있는 것들에게 특허를 주는 기이한 세상에 살고 있다. 생명이 먼저 난 다음에 돈도 생기고 집도 생기고 차도 생겨났다. 생명은 그 자체로 존귀하며 소중한 것인데, 생명을 가지고 돈을 벌고자 하는 것은 앞뒤가 뒤바뀌어버린 일이다. 좁고 짧은 안목으로 세상사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제 정신을 차릴 때, 생명이 생명답게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설사, 그런 사람들이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할지라도 우리는 생명이 가진 고유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글·지렁이풀 이지우
숭실대학교 환경화학공학과 4학년

‘소똥’은 제8회 서울여성영화제에 여성영상공동체 초청작으로 상영되었다. 부부 감독인 페아 홀름퀴스트와 수잔 카달리안은 반다나 시바를 2년 동안 따라다녔고, 마침내 다큐멘터리 ‘소똥’을 탄생시켰다.

이 글은 풀꽃세상을위한모임이 만든 열두번째 책 '풀씨"에서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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