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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쌈의 화려한 묘미
[부안의 사계절밥상전] 변산 김수원씨네 밥상
| 2007·08·27 05:21 |
ⓒ부안21


우리의 오래된 전통-민속임에도 현대도시형의 입맛과 상품화 논리로 해체의 위기에 처한 우리네 먹거리 및 밥상문화를 새로운 삶의 활력 대안으로 보존 발전시키고 일상에서의 산·들·바다 4계절 흐름의 생태문화적 생활사로 자리매김하고자 “부안의 사계절 밥상”전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 <‘부안의 사계절 밥상’전 프로젝트>의 사업 목적 및 기획 의도 중에서



변산의 음식은 참 푸짐하다. 식당에서 백반을 시키면, 밑반찬 10개 이상에 찌게나 국이 기본으로 나오고 가격은 4천원이나 5천원이다. 서울이나 다른 지역의 식당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일단 반찬 가지수에 압도당하고, 다음으로 게장이나 조개류, 젓갈류 등의 고급 반찬과 철에 맞는 나물무침 등의 짜임새 때문에 가격표를 다시 확인하게 되고, 그 다음으로 재료에 맞는 각종 양념을 아끼지 않은 음식의 풍성한 맛에 감동한다. 거기다 추가한 공기밥은 밥값에 치지도 않는다.
그러면 변산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밥상은 어떤 모습일까? 산기마을에서 유기농하는 김수원, 한숙희 씨의 어느날 점심먹는 자리를 찾았다.

밥은 유기농 쌀과 보리로 지었다. 아침에 해 논 밥이라 찰기는 좀 떨어졌지만, 구수하고 부드러운 누룽지가 중간중간 섞여 있어 반찬없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밥이다. 국은 미역의 담백한 맛과 맵지 않은 햇마늘이 통으로 들어가서 마늘향이 나면서도 속편한 맛을 연출했다. 된장찌게는 쌈과 곁들이기 위해 약간 걸죽한 상태로, 고추, 감자, 호박 등을 넣고 끓였다.
이번 점심 상의 메인은 호박잎과 양배추 쌈이다. 호박잎이나 양배추에 반숟가락의 밥을 놓고, 쌈장, 된장찌게, 단호박조림, 애호박뽁음 등을 성미에 맞게 얹어서 먹는다. 이 식단의 주방장 한숙희 씨의 추천은 쌈에 다른 것보다 된장찌게를 듬뿍 얹어 먹어라는 것이다. 쌈은 그 자체가 메인이 될수도 있고, 그 안에 뭔가가 얹어지면 그 뭔가가 메인이 될수도 있다. 그래서 ‘쌈’ 한 글자로는 그 맛의 폭을 짐작할 수조차 없다. 그러면서도 부담없이 기대할 수 있는 친근한 음식이 바로 쌈이다.
구수한 호박잎 쌈을 입에 넣은 채, 칼칼한 갓김치를 한점 곁들이면, 서로 대조적인 맛이 뒤섞이는 것이 아니라, 구수한 내가 호박잎 속에 웅크리고, 그 주변으로 칼칼함이 애워싼 형국이 되어, 입의 움직임에 따라 수성과 공성의 그 장대한 스펙타클한 맛이 만들어진다. 너무 소박한 재료로 엄청 스펙타클한 맛을 내는 비결은 서민들의 쌈밥 문화가 아닐까?  
그리고 미역국 두 숟가락으로 양배추 쌈을 준비한다.

누구 집엘 가더라도 자주 듣는 소리, “우리 이래 먹어요”는 경우에 따라 부끄럼의 표현일 수 있고, 은근한 자랑일 수도 있다. 김수원, 한숙희 씨의 점심 밥상은 가지수로 따지면 딱 10개의 반찬이 나왔지만, 육고기나 생선 한토막 없는 소박한 밥상이다. 그래도 “우리 이래 먹어요”란 말은 은근한 자랑으로 느껴졌다. 미역 빼고는 다 직접 재배한 것들이고, 이들이 직접 재배한 것은 100% 유기농 농산물이란 점이 여느 집과는 다른 자부심이다. 그리고 산들바다 식구들끼리 재배하지 않는 작물들을 일상적으로 나눠먹는데 양배추는 이백연 씨네서 온 거란다.

양배추와 피망은 귀화한 먹거리다. 양배추는 몰라도 피망은 솔직히 저 밥상에서 약간 생뚱맞은 듯 보이기도 했지만, 한숙희 씨가 손으로 투둑 갈라서 쌈장 찍어 먹어보라고 내밀어 맛을 보니, 전혀 생뚱맞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우리 밥상’을 머리속에서 생각하는 것과 실제의 차이였다고나 할까? ‘우리 밥상’이 지켜져야 할 무엇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있는 자연스런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밥상’에 대해 주목하고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것은 그 자연스런 ‘밥상’의 가치가 푸대접도 못받는 상황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유기농이 도시의 노동자 서민들에겐 매우 비현실적인 현실이 이글을 쓰며 느끼는 깊은 안타까움이다. 유기농 먹거리가 좋은 건 다 알지만, 유기농이 아니라고 해서 ‘우리 밥상’이 아닌 것도 아니고, ‘우리 밥상’에 대해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김수원, 한숙희 씨의 점심 밥상이 유기농으로 이루어진 것이 큰 자랑거리지만, 더 중요한 것은 소박한 재료로 화려한 맛을 내는  서민들의 지혜가 밥상에 녹아들었다는 점이 아닐까.

허성호_부안생태문화활력소 사무국장
이 글은 '변산바람꽃(부안생태문화활력소 발행) 창간호'에서 옮겨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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