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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초제에 항의하는 촛불같은 풀
[강우근의 들꽃이야기]-뚝새풀
| 2008·08·07 02:33 |

논둑, 밭둑을 따라 수천 만 개의 촛불이 켜졌다. 뚝새풀 이삭이 자라올라 꽃을 피웠다. 연한 녹색의 이삭에 흰색, 갈색 꽃밥이 덮여 촛불처럼 꽃이 피었다. 뚝새풀은 두해살이풀이다. 이미 지난 가을 싹이 터서 한겨울 추위를 고스란히 겪어 냈다. 뻐꾸기, 꾀꼬리 울음소리와 함께 봄이 깊어 갈 때 뚝새풀은 속으로 품어온 촛불 꽃을 꺼내 치켜든다. 처음에 흰색이던 꽃밥은 차츰 적갈색으로 바뀌어간다.

모내기 전 물을 대지 않은 빈 논은 뚝새풀로 뒤덮인다. 밭 둘레에 자라는 뚝새풀은 무릎까지 쑥쑥 자라지만 빈 논에서 자라는 뚝새풀은 발목까지 밖에 자라지 않는다. 마치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해서 뒹굴며 놀기에 딱 좋다. 이 뚝새풀을 그대로 갈아엎고 물을 대서 모내기를 하면 뚝새풀은 좋은 밑거름이 되어 벼를 키워 낸다.

뚝새풀은 오래 전 농작물과 함께 들어온 벼과식물에 속하는 잡초다. 뚝새풀이 들어온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지만 논밭에서 함께 자라는 냉이나 별꽃, 벼룩나물 따위와 함께 역사 시대에 들어왔다고 추정되고 있다. '한국의 귀화식물' 뚝새풀은 독새풀, 둑새풀, 독새기로도 불린다. 뚝새풀이 자라는 곳에 뱀이 잘 나와서 그런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단다. 벼과식물들은 약한 줄기를 잎이 감싸서 힘을 보탠다.

마디에서 자라난 잎은 얼마만큼 줄기를 감싸고 올라오다 비로소 잎모양으로 자란다. 뚝새풀 이삭 줄기를 뽑아내면 줄기를 감싸고 있는 잎이 남는다. 그것을 입에 물고 불면 '삐' 소리가 난다. 도시의 아이들에게 뚝새풀 피리 부는 것을 가르쳐 주면 앞다투어 뚝새풀을 뜯어 얼굴이 벌게지도록 불어대지만 소리를 잘 내지 못한다. 그래도 그게 뚝새풀 탓이라 여겨 다른 뚝새풀을 잡아 뜯어 다시 불어댄다. 아이들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꽃이 핀 뚝새풀 이삭이 수북하다. 하지만 뚝새풀은 걱정하지 않는다. 텃밭 둘레가 다 뚝새풀 밭인걸, 정작 무서운 것은 제초제다.

뚝새풀 촛불 잔치가 한장이어야 할 논둑이 누렇게 물들었다. 제초제 탓이다. 서울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바라본 논둑은 다 누렇게 바뀌어 있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저 논둑을 다 뿌리려면 대체 제초제가 얼마나 필요한 걸까? 봄에 비 몇 번 내리고 나면 풀들은 정말 겁나게 자라난다. 이 풀들 베어서 퇴비를 만들어야 하지만 늙은이밖에 남지 않은 농촌에서 그 넓은 들의 풀을 누가 다 베고, 또 힘들여 퇴비를 만들 수 있겠는가? 그렇게 애써 농사지은들 제값이나 받을 수 있겠는가? 풀베기 대신 제초제가 뿌려지고 퇴비 대신 비료가 뿌려지게 된 지도 이미 오래 되었다.
땅은 다 망가졌다. 더 독한 제초제, 더 많은 비료를 쓸 수밖에 없게 되었다.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제초제와 비료 만드는 회사만 돈을 버는 것 같다.

그래도 망가진 땅의 풀들은 여전히 자라나 땅을 일구고 있다. 제초제를 뿌려 누렇게 바뀌어 버린 저 논둑에도 내년에는 또다시 뚝새풀이 빽빽이 돋아날 것이다. 그리고 제초제에 항의라도 하듯 촛불 같은 꽃을 피울 것이다.

/강우근

이 글은 민중언론 참세상http://cast.jinbo.net/에서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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