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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민 공포 벗어날 '개비름의 날'
[강우근의 들꽃이야기] 개비름
| 2008·10·30 05:21 |

주말농장은 김장 배추나 무로 옷을 갈아입었다. 배추는 서툰 도시 농사꾼이 갖는 바람과 달리 잘 자라 주지 않는다. 배추가 시름시름 시들어가는 밭들이 듬섬듬성 보인다. 작은 땅을 너무 혹사했나 보다. 결국 약도 뿌리고 비료도 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배추와 무 사이에서 풀들은 쑥쑥 잘도 자란다. 털별꽃아재비와 개비름이 으뜸이다. 아이들이 사방치기 하며 놀고 있는 텃밭 옆 빈 터에는 벌써 겨울을 날 냉이가 많이 자라 올라 잎을 땅에 붙이고 있다. 개비름은 지난여름 여러 번 밥상 위에 올려졌다. 그러던 것을 배추를 심으려고 다 갈아엎었는데, 어느새 또 뜯어 먹을 만큼 다시 자라났다. 개비름은 심고 가꾸지 않아도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 뜯어 먹을 수 있고 냉이는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계속 캐 먹을 수 있다. 개비름을 뜯고 냉이를 캐니 심고 가꾼 것보다 더 푸짐하다.

텃밭에서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데도 도시 사람들은 그런 텃밭을 없애고, 그 자리를 주차장으로 만들어 버린다. 교회 옆 텃밭도 얼마 전 주차장으로 바뀌었다. 주차장 가장자리에 밑동이 새끼손가락 굵기만 한 개비름이 아스팔트를 뒤집어쓰고 죽어가고 있다. 밭 둘레에 배초향을 심어서 이맘때에는 가을벌레들이 바글바글 몰려들던 텃밭은 그 교회를 참 아름답게 해 주었는데 아스팔트가 깔리고 선이 죽죽 그어져 차들이 들어차고 나니, 작고 아름다운 교회는 텃밭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빌라 옆 빈 터도 주차장으로 바뀌었다. 자동차는 도시에서 텃밭을 가꿀 만한 자투리땅을 야금야금 다 차지했다. 심지어 학교 운동장마저 스포츠센터가 들어선 뒤에는 슬그머니 주차장으로 바뀌고 있다. 텃밭을 주차장으로 바꾼 도시 사람들은 운동을 하러 갈 때도 차를 타고 간다. 그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 운동이 될 텐데 말이다.

차들로 뒤덮인 아파트 둘레를 보면서 주차장 절반이 농지로 바뀌는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아파트마다 작은 농장이 만들어지면 저녁거리를 위해 마트에 가서 불안한 마음으로 원산지 표시를 확인하는 대신 텃밭에서 푸성귀를 뜯을게다. 사람들은 텃밭 옆 빈 터에 모여 농사 정보도 나누고 먹을거리도 서로 나눌게다. 아이들은 밭 둘레에서 메뚜기와 잠자리를 잡으며 놀게다. 도시의 공기는 스위스가 부럽지 않을 만큼 바뀔 거고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도 사라지겠지......

개비름은 흔히 비름나물이라 불리는 풀이다. 뜯기도 쉽고 아리거나 쓴 맛이 전혀 없어서 살짝 데쳐 손쉽게 무쳐 먹을 수 있는 나물이 개비름이다. 이렇게 흔하고 먹기 쉬운 개비름을 구별해 내기가 쉽지 않았다. 개비름과 비름, 참비름이 다 다른 것으로 나와 있는 도감 덕분이다. 비름이나 참비름이라고 실은 도감의 사진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개비름 같아 보였기 때문에 보통 사람 눈으로는 개비름과 참비름을 구별하기가 힘든 것인 줄로 알았다. 그런데 비름과 참비름이라는 게 다 같은 것이었다. 개비름은 '농촌에서는 참비름이라 부르며', 비름은 '인도 원산의 한해살이풀로 옛날에 도입되어 밭에서 채소로 재배했'는데 지금은 사라진 귀화식물이다. 비름이라 불리는 것은 '개비름이나 털비름 또는 가는털비름을 잘못 알고 기재한 것'이다.(한국의귀화식물, 김준민·임양재·전의식)

개비름은 오래도록 나물로 먹어왔지만 제대로 연구된 게 없다. 어디에서는 단백질 함량이 높다 하고, 또 다른 데서는 3대 영양소가 거의 없는 저칼로리 다이어트 식품이라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어쩌면 이 가운데 한 가지는 쇠비름이나 명아주를 이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개비름은 비름이나 참비름뿐 아니라 쇠비름이나 명아주하고도 헛갈려 하니까 말이다.

개비름은 유럽이 원산인 풀인데 지금은 전 세계에 퍼져 자란다. 전 세계 사람들이 봄부터 가을까지 시금치보다 낫고 시금치처럼 가꾸지 않아도 되는 개비름을 뜯어 나물로 먹는다. '개비름 날'이라고 만들어 기념할 만한 풀이 아닌가.

그렇지만 개비름은 그저 잡초 정도로 여겨진다. 개비름 잎은 끝이 뾰족하지 않고 오히려 오목 들어가 있다. 잎사귀에 맺힌 물은 가운데 잎맥에 모여 잎자루를 타고 아래로 흐르거나 뾰족한 잎 끝에 모여 떨어진다. 그런데 개비름은 왜 뾰족한 잎을 들어가게 했을까? 개비름을 볼 때마다 그 오목한 잎 끝을 바라보며 개비름의 의도를 읽어 내려고 애써 보지만 개비름은 여전히 그걸 쉽게 말해 주지 않는다. 이미 이 땅에서 사라진 비름으로 자주 헛갈리는 털비름은 개비름과 달리 잎 끝이 들어가지 않았다. '개비름 날'을 기념하는 로고는 오목 들어간 잎사귀 한 장으로 충분하다.

멜라민 공포가 휩쓰는 날, 무엇을 먹어야 할지 망연자실해지는 날, 주차장 절반이 텃밭으로 바뀌고 '개비름 날'이 만들어져서 그 로고를 만드는 행복한 상상을 해 본다.

/강우근

이 글은 민중언론 참세상http://www.newscham.net에서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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