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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이벤트에 사라지는 것들
[강우근의 들꽃이야기]서양등골나물
| 2008·12·23 03:06 |

서울은 오래 살아도 여전히 낯선 곳이다. 서울서 나서 자란 사람조차도 서울은 타향 같다. 서울은 항상 공사 중이다. 길이든 건물이든 길가의 가로수든 숲이든, 서울 풍경은 눈에 익숙해질 만하면 바뀌고 다시 낯선 곳이 되어 버리고 만다. 그나마 옛 모습이 조금 남아 있던 강북 변두리마저도 뉴타운 개발로 사라지고 있다. 그 팍팍한 곳을 그래도 고향이라 여기며 정 붙이고 살던 이들이 뿌리 뽑혀 떠밀려 난다.

서울은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 거대한 투기판 같다. 서울 주거 공간은 이미 살기 위한 곳이 아니다. 더 안전하고 더 편리하고 더 생태적인 것처럼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고 광고해대지만, 아파트라는 이름을 가진 거처는 살기 위한 곳이 아니라 팔기 위해 구입하는 것이다. 늘 이사 갈 준비를 하는 서울은 그래서 타향이다.

서울 도심에서 바로 이어지는 잘 꾸며진 숲길은 서양등골나물이 사는 곳이다. 순백색 꽃 무더기가 그곳이 서양등골나물 거처임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이 가난한 세입자는 언제 뿌리 뽑혀 던져질지 모르는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생태계위해외래종 식물이라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생태계를 교란하는 무서운 녀석’으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다. 이 세입자를 몰아내는 작업은 자연보호 활동이나 자연체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데, 우리 토종 식물의 자생 터전 보전이라는 거창한 구실을 내세워 치러진다.

서양등골나물은 북아메리카 원산 귀화식물이다. 용산에 주둔한 미8군을 통해 들어왔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남산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서양등골나물이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것은 1978년이다. 처음 발견될 무렵에는 남산과 워커힐에서 몇 포기 보일 정도였는데, 몇 해만에 남산 전체로 번졌고 곧 북한산 기슭과 올림픽공원으로 중랑천, 양재천에서 청계천까지 서울 전역에 퍼져 자라게 되었다. 이제는 남한산성과 성남시, 하남시를 비롯한 경기도 일대까지 퍼져나갔다.

서양등골나물은 다른 귀화식물과 달리 나무 그늘 밑에서도 잘 자란다. 그래서 남산 숲 속 깊숙이까지 파고들어 자란다. 남산 신갈나무나 아까시나무 아래는 서양등골나물이 촘촘히 들어차 있다. 이 때문에 숲을 망치는 생태계위해외래종에 속하게 되었다. 서울의 허파라고 하는 남산은 갈수록 식생이 단순화되고 있다. 그런데 이게 서양등골나물 탓이라는 거다.

남산은 서울이라는 공해 바다에 떠 있는 섬과 같은 곳이다. 남산을 망가뜨린 게 어디 서양등골나물인가?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남산타워를 세우고 터널까지 숭숭 뚫어 난도질하고 야금야금 잘라 먹은 게 누구던가? 남산은 도시 공해로 만신창이가 되고 생태적으로 섬처럼 고립되었다. 이런 원인을 서양등골나물에게 덮어씌우고, 해마다 서양등골나물을 뽑아낸다고 남산 생태계가 살아날까?

서양등골나물이 숲 속 그늘 밑에서도 잘 자란다고 하지만 서양등골나물 역시 빛이 많이 들어오는 숲 가장자리에서나 빽빽하게 자라고 숲 안으로 들어갈수록 성글어진다. “외래종을 뽑아낸다는 것은 다시 교란을 불러일으키는 행위이기 때문에 또 다른 외래종의 침입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러므로 외래종이 침입한 환경에서 고유의 자연을 보강하여 안전성을 도모하는 생태적 복원이 바람직한 외래종 퇴치 방법이다.”(「서울의 생태」‘서울의 허파 남산’ 가운데서) 생태적 복원이란 병든 부분을 도려내기보다는 몸 전체를 튼튼하게 해서 질병을 물리치는 방법이다.

서양등골나물은 흉악한 괴물이 아니다. 꽃 잎사귀로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아도 뭉쳐서 피는 흰 꽃에서 기품이 느껴지는 풀이다. 검소하지만 아름다움을 갖춘 풀이다. 국화과 여러해살이 풀인 서양등골나물은 국내에서 자생하는 등골나물이나 골등골나물, 벌등골나물과 비슷하다. 하지만 등골나물이 다섯 개 대롱꽃이 모여 하나의 두상화를 이루는데 견주어, 서양등골나물은 15~25개 대롱꽃이 모여 하나의 두상화를 이룬다. 그래서 등골나물보다 서양등골나물 꽃이 더 풍성해 보인다. 또 등골나물 꽃은 약간 붉은 기운이 돌지만 서양등골나물 꽃은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얀 색이다.

서울 토종을 살리려고 서양등골나물을 뽑아낸다고 하는데 서울 토종 식물은 무엇일까? 양재천에 외래식물을 솎아내고 심었다는 부처꽃이나 벌개미취일까? 이런 풀들은 사람이 가꾸지 않으면 그곳에서 살지 못한다. 끊임없이 사람이 가꾸어야 하는 재배식물일 따름이다. 이렇게 사람이 가꾸는 곳에서는 천이가 멈춰 버린다.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귀화식물이 오히려 서울 토종에 걸맞지 않을까?

서양등골나물을 뽑아내는 행사는 이벤트쇼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 토종을 지키고 생태계를 보호하려 한다면 뉴타운 막개발과 대운하 건설을 저지하는 싸움을 벌여야 한다. 막개발은 외래종이 들어와 살 터전을 닦아주는 것일 테고, 대운하 건설은 서양등골나물이 남산 숲 그늘 밑 정도가 아니라 강원도 산골 깊숙이까지 빠르게 퍼져가는 고속도로를 뚫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말이다.

/강우근  / 2008년12월02일 10시45분

이 글은 민중언론 참세상http://cast.jinbo.net/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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