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21

물메기탕/흐물흐물하지만 비리지 않고, 부드럽고 담백하고 시원한 게 숙취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탕 재료로도 이것저것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고춧가루, 다진 마늘, 무에 대파를 숭덩숭덩 썰어 넣으면 그만이다. 다 끊은 후에 참기름 한 방울은 화룡점정으로 더욱 맛이 좋다. 마치 순두부 같은 연한 살을 수저로 떠먹는 맛도 좋지만 껍질을 후루룩 먹는 맛도 일품이다.ⓒ부안21

첫눈이 내릴 무렵이면 부안은 물메기가 제철이다. 부안의 격포나 곰소, 부안시장통 어디를 가나 물메기가 흔전만전이다. 포구마을이 아니더라도 마당에 빨래 말리듯이 물메기를 빨래줄에 널어 말리는 광경을 볼 수 있고, 어딜 가나 물메기국을 쉽게 맛볼 수 있다. 부안이 물메기국에 빠진 느낌이다. 한 솥씩 끓여놓고 때마다 먹는데,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도 않는다. 운 좋으면 냉면 그릇만한 큰 그릇에 물메기국을 그릇 가득 내놓는 백반집을 만날 수도 있다.

쏨뱅이목 꼼치과에 속하는 물메기는[cubed snailfish, Liparis tessellatus]는 우리나라 동해, 남해, 서해의 수심 100미터 내외에서 산다. 산란기는 12~3월로 이 시기가 되면 연안으로 이동한다. 몸길이는 30센티미터가 넘게 자라며, 피부도 연하고, 살도 연하고, 뼈도 연하여 흐물흐물한 게 일정한 모양을 갖추기가 어렵다. 몸과 머리는 너부대대한 데다 눈은 작으며 머리의 등쪽 가장자리에 가까이 있다. 주둥이는 짧고 끝은 둔하며 아래턱이 위턱보다 약간 짧다. 사람의 눈으로 볼 땐 퍽으나 못생긴 동물이다. 그래서였는지 예전에는 물메기를 아구와 함께 생선으로 치지 않았다. 물메기를 ‘물텀벙’, ‘물덤뱅이’라 부르는 지역이 있는데 이는 물메기가 그물에 걸려 올라오면 그 즉시 바다에 ‘텀벙’ ‘텀벙’ 던져버렸다 하여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그러나 물메기탕을 맛 본 이라면 물메기에 대한 평가는 달라진다. 흐물흐물하지만 비리지 않고, 부드럽고 담백하고 시원한 게 숙취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탕 재료로도 이것저것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고춧가루, 다진 마늘, 무에 대파를 숭덩숭덩 썰어 넣으면 그만이다. 다 끊은 후에 참기름 한 방울은 화룡점정으로 더욱 맛이 좋다. 마치 순두부 같은 연한 살을 수저로 떠먹는 맛도 좋지만 껍질을 후루룩 먹는 맛도 일품이다. 어느 지역에선가는 비린내가 없고, 담백, 시원하여 떡국을 끓여 먹는다고도 하는데 그 떡국 분명 맛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꾸덕꾸덕하게 말린 물메기는 탕으로도 좋지만 아구처럼 찜요리를 해 먹어도 맛이 아주 좋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는 물메기를 ‘해점어(海鮎魚’라고 기록하고 “큰 놈은 길이가 두자를 넘고 머리가 크고 꼬리가 뾰족하다. 배는 누렇고 수염이 없다(담수에 사는 놈은 누렇고 수염이 있다.). 고깃살은 매우 연하다. 뼈도 무르다. 맛은 싱겁고 곧잘 술병(酒病)을 고친다.”고 했다. 또,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우리나라 호남 부안현(扶安縣) 해중에 수점(水鮎)이 있는데, 살이 타락죽 같아 양로(養老)에 가장 좋다”는 기록이 보인다. 여기에서의 수점은 물메기, 또는 같은 꼼치과에 속하는 꼼치·미거지·물미거지의 어느 하나를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된다.

/허철희 huh@buan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