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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공동체학교의 작지만 성대한 입학식

변산면 운산리에 위치한 변산공동체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변산공동체학교를 운영한다. 그 입학식이 3월 1일에 조촐하면서도 성대하게 열렸다. 학생수가 초등부 6명, 중등부 8명으로 총 14명인 점이 다른 학교에 비해 조촐한 숫자이지만, 학생들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이 100여명이나 되었으니 이만큼 성대한 입학식도 드물 것이다. 예전에 변산공동체학교를 다녔던 학생들과 현재 학생, 교사 등으로 구성된 사물놀이 팀의 설장고와 사물놀이 공연으로 참석자들을 뜨겁게 달구며 입학식을 시작했다. 이 입학식에는 국민의례나 교장훈시 같은 딱딱하고 지루한 의례를 하지 않고, 학생 가족, 교사진, 졸업생, 장학재단 이사들의 소개와 준비한 노래 공연, 마술 공연 등으로 부드러우면서도 속도감 넘치게 진행됐다. 입학식이 끝나고 떡과 음식을 나누고, 마당에서는 굴을 구우며 새롭게 시작하는 공동체학교를 모든 참석자들이 함께 잘 만들어나가자는 마음을 모았다.

변산공동체학교는 1997년에 중등부 5명으로 시작해서 2003년까지 학생 15명 정도가 다녔다. 그 뒤로 중등부 학생이 없어 중등부는 작년까지 휴교상태로 있다가, 작년부터 장학재단을 추진하고, 대안 교육에 관심있는 학부모들의 모임을 통해 공동체학교의 원칙을 논의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과정을 거쳐 새롭게 문을 열었다.

변산공동체학교 입학식은 여느 학교 입학식과는 사뭇 달랐다. 국민의례나 교장훈시 같은 딱딱하고 지루한 의례를 하지 않고, 학생 가족, 교사진, 졸업생, 장학재단 이사들의 소개와 준비한 사물놀이, 노래 공연, 마술 공연 등으로 부드러우면서도 속도감 넘치게 진행됐다. ⓒ부안21

중등부가 휴교상태에 있는 동안 2006년에는 초등부 공동체학교가 2명의 학생으로 조용하게 문을 열었고, 작년에 3명, 올해 6명으로 조금씩 학생수가 많아졌다. 초등부는 교사가 학부모들로 구성되었고, 요일마다 각 집마다 돌아가며 수업을 하고, 금요일엔 중등부 교사가 수업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초등부의 교육방침은 억지로 가르치지 않고 스스로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는 것이다. 작년에 입학한 나무의 경우 글자 익히기에 처음 일주일 정도는 관심을 보이다가 제대로 익히기 전에 관심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러나 스스로 익힐 수 있도록 강제하지 않고 기다리다보니 겨울이 됐을 때 혼자서 제법 읽고 쓰게 되었다. 학생수가 적어서 아이들이 외롭지는 않았나 싶었지만, 공부보다는 우선 많이 놀리다 보니, 숫자와 상관없이 두세명 있을 때도 아이들은 잘 놀았다고 한다. 주로 학부모가 교사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에 초등부의 경우는 공동체학교에 통학이 가능한 가까운 거리에 사는 학생들이 다닐 수 있다.

중등부는 현재 중학생 5명, 고등학생 3명인데, 앞으로 이 지역 아이들이나 도시 소외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30명까지 학생수를 늘릴 계획이다. 중등부 학생들은 전원이 공동체에서 기숙생활을 한다. 아침과 저녁식사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직접 해먹고, 점심은 학부모들이 돌아가며 한다. 공동체학교는 대학입시를 위한 교육을 하지 않기 때문에, 교과 수업은 주로 오전에만 진행하고, 오후에는 농장가꾸기나 목공예, 체육활동 등으로 시간을 보낸다. 교사진은 아직 더 충원할 계획이고, 현재 철학,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역사, 음악, 염색, 바느질, 탈춤, 목공, 농사 등의 과목에 2명의 전임교사와 7명의 학부모 이웃 교사가 한두과목씩 담당하고 있다.

변산공동체학교의 학생들과 교사들의 관계가 여느 학교와 다른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학생들이 부르는 교사들의 호칭이다. 물론 선생님이란 호칭도 쓰지만, 한 공동체의 식구로서 할아버지, 아저씨, 아줌마, 삼촌, 이모, 형, 오빠, 언니 등 식구끼리 부르는 호칭을 더 많이 쓴다. 공교육에서도 학생, 교사, 학부모를 교육의 3주체라고 하지만, 실제로 학생들의 인격과 권리는 교사와 학부모에게 종속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공동체학교는 학교이면서 그 전에 변산공동체 식구의 한 구성원으로 학생, 교사, 학부모의 관계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학생의 인격과 권리가 이만큼 존중받는 곳을 찾아보기도 힘들 것이다.

도서실ⓒ부안21

실내체육공간ⓒ부안21

이 학교의 가장 큰 매력 중에 하나는 완전 무상교육이다. 이미 사회적으로 무상교육에 대한 의제가 만들어지고 무상교육을 위한 제도적 방안도 제출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무상교육이 실현되려면 한국사회의 정치지형과 교육이 지금과는 대단히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변방의 작은 학교에서 무상교육을 가능하게 한 것은 장학재단의 설립이다. 변산공동체학교가 가진 교육의 의미와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10명의 이사진으로 장학재단이 구성되었고 보리출판사에서 5억원의 장학금과 몇 가지 책의 인세를 매월 학교운영비로 돌려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했다. 그래서 변산공동체학교가 재정 문제로 문닫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장학재단과 함께 변산공동체학교의 든든한 지원모임이 또하나 있다. 변산지역에서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학부모, 예비학부모들이 10여명 모여 공부도하고 토론도 하는 교육모임이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학교를 새롭게 열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동체학교의 원칙에 대해 개괄적인 토론을 해왔고, 앞으로 교육과정과 교육전반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대부분 농사일에 바쁜 사람들이라 농번기에는 자주 모이진 못하지만, 최소한 한달에 한번 이상 모일 계획을 가지고 있다.

변산공동체학교가 규모는 작지만,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 그리고 지역의 교육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쏟는 애정으로 학교에 활력과 생기가 넘치고 있다. 아직 교과과정이나 교사진을 충원하고 학생들도 더 모집하는 등 앞에 있는 많은 문제들을 넘치는 활력과 생기로 풀어나가길 기대한다.

/허성호(부안생태문화활력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