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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반도 지질공원을 꿈꾸자!
외변산 속으로(2) 격포리층 지질여행
| 2014·01·07 12:04 |
적벽강ⓒ부안21


제주도의 ‘유네스코 3관왕’을 보며

주지하다시피 제주도는 자연경관이 빼어나다. 유네스코에 의해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고, 2007년에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을 뿐만 아니라 2010년에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었다. 이를 제주도 관계자들은 ‘유네스코 3관왕’이라 칭한다. 생물권보전지역은, 부안군의 인접 지역인 고창군 전역(람사르습지로 등록된 고창갯벌과 운곡습지, 선운산도립공원, 고인돌세계문화유산, 동림저수지 야생동식물보호구역 등)이 올해 지정된 바 있는데, 생물 다양성 보전과 자연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을 결합시킨 육지 및 연안 지역을 말한다.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과 영천, 효돈천, 문섬, 섶섬, 범섬 등이다. 또한 유네스코는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되어야 할 보편적 가치가 뛰어난 지역을 세계유산(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으로 지정해왔는데, 제주도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란 이름으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것이다.

그리고 제주도 세계지질공원은 한라산, 수월봉, 산방산, 용머리해안, 대포주상절리대, 서귀포패류화석층, 천지연폭포, 성산일출봉, 만장굴 등 명소들을 포함한다. 세계지질공원이란 지질학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지닌 지질유산의 장소를 일컫는다.



이에 못지않은 부안

우리 부안의 경우도 지질학적으로 빼어난 장소가 있다. 채석강과 적벽강으로 잘 알려진 격포리 퇴적층이 바로 그곳으로 ‘지질박물관’과도 같은 곳이다. 그 격포리의 해안 일대의 지형은 중생대 백악기 말(약 7,000만 년 전)에 형성된 퇴적층이다. 이는 과거에 이 일대가 바다나 육지의 호수였음을 말해준다. 이 호수를 ‘격포분지’라고 하며, 격포분지를 구성하는 퇴적층을 ‘격포층(Kyokpo Formation)’ 또는 ‘격포리층(The Kyokpori Formation)’이라고 한다. 격포리층은 선캠브리아 시대의 편마암과 백악기 화강암을 부정합으로 덮고 있으며, 산성 화산암류에 의해서 정합적으로 덮인다. 격포리층의 두께는 500m 이상이며, 역암, 역질 사암, 사암, 사암·이암 교호층, 응회암, 암회색 이암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변의 화강암체로부터 기원한 각력암을 포함한다.
이 격포리 퇴적층을 근거로 우리는 ‘변산반도 지질공원’을 구상해볼 수 있다. ‘지질공원’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낯설다. 세계적으로도 그 유래가 길지 않다. 2000년 유럽지질공원이 결성되면서 본격화되었다. 2010년 3월 현재 세계유산이 689곳이고 생물권보전지역이 53곳인데 비해 세계지질공원은 19개국 64곳에 불과하다. 지질공원이라는 용어는 이제 막 유행하기 시작한 셈인데, 천혜의 지질학적, 지형학적 경관미를 보여주는 변산반도를 지질공원이라는 이미지로 새롭게 변신시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한다. 하지만 ‘변산반도국립공원’이라는 이름이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감을 많이 사온 터라 또 무슨 지질공원이냐는 냉소가 있을 법하다. 몇 년 전 줄포만 갯벌습지 보호지역을 국립공원으로 편입하려 할 때 줄포면 주민들의 반대가 있어 무산된 사례가 이를 잘 말해준다.



아래로부터의 자연유산 관리망 구축

그러나 국립공원과 달리 지질공원은 규제 중심으로 묶지 않는다. 지질공원이란 지역 주민들이나 지자체에서 스스로 명명하여 사용할 수 있다. 격포리 퇴적층도 부안군이 자체적으로 얼마든지 가령 ‘격포리 지질공원’이라고 명명하여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지질공원으로서의 브랜드 가치가 형성되기 어렵다. 적어도 국가가 인정하는 국가지질공원이거나 유네스코로부터 인증 받는 세계지질공원이 되어야 가치가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변산반도 격포리 퇴적층 일대를 지질공원화하자는 것은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자는 것이다. 그래야 세계지질공원으로도 인증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된다.

이처럼 지질공원은, 국립공원과 같이 국가 즉 위로부터 지정되는 게 아니라 주민들의 자발적 의지가 중시되는 아래로부터의 자연유산 관리망이라 할 수 있다. 지역 주민이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지역 주민들 혹은 그들의 삶이 지질공원의 자연 자원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질공원이라 함은 일정하게 지질 유산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지자체 혹은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관리 체제가 구축됨을 전제로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세계유산이나 국립공원과 달리 지질공원은 행위 규제가 매우 약하다. 물론 재원 지원도 없다. 우리나라는 중앙정부에서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강력한 관리 체제를 구축하려면 우선적으로 지자체의 예산 편성이 선행되어야 할 일이다.

재원 지원도 없는데, 그렇다면 왜 지질공원화가 필요하다는 것인가. 부안의 변산반도는 관광지이다. 특히 새만금 이후 그 양적 규모가 크게 비대해졌다. 지질공원의 브랜드 가치가 획득되면 더 커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관광자원의 양적 성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변산반도의 관광철학, 관광전략, 관광정책, 관광 패러다임을 새롭게 수립할 필요와 연관된 중요한 계기로 자극해보자는 것이다. 부안군은 이러한 전략이 사실상 부재하다. 관광지 상인들은 돈벌이에 몰두하고 부안군은 그 낚시밥 던지는 일에 몰두하니 자연경관이나 공간환경이 난개발, 난관광으로 치여 왔다. 우선적으로 부안의 지역 자산, 관광문화정책을 연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행정이 이를 대신할 수는 없다. 따라서 변산반도 지질공원화를 추진하고 그 계기로 변산반도의 관광 정책을 새롭게 연구하고 그 하나의 성과로서 지질공원 문제를 구체화해보자는 것이다. 물론 지질유산의 특이성 및 정체성에 기반한 지질학적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일이다.

주민참여와 자치가 함께 이루어질 패러다임의 전환 필요

지질공원은 단순히 지질 유산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지질 유산이라 함은 채석강이나 적벽강과 같이 희귀한 자연성과 심미성을 가진 명소를 말하나 그 자연 유산과 더불어 문화적 유산이 통합될 때 비로소 지질공원으로서 충분 조건이 갖추어진다. 다시 말해 지질학적 스토리텔링만이 아니라 인문학적 스토리텔링이 결합되는 지질공원을 우리는 상상할 수 있다. 적벽강 일대의 죽막동 제사유적지가 그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또한 격포리 퇴적층 해안은 변산마실길이 열려 있으며 관광객들이 많이 붐비는 곳이다. 따라서 이곳은 한편으로는 변산반도 해안선 여행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격포리 지질공원’으로 상상할 수 있어 관광자원으로서 풍부한 장소다.

이러한 자원들을 지속가능한 생태 환경으로 조성하기 위해서 관광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 관광 정책은 단순히 관광객 수에 환호하는 궁색한 철학에 기댈 게 아니라 이른바 ‘명품’으로서 질 좋은 관광콘텐츠와 관광 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정책 연구가 선행되어야 예컨대, 헛돈 수억을 들여 격포항에 눈에 거슬리는 군함을 늘어놓는 엉뚱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변산반도는 거의 전체가 국립공원 지역이다. 격포리 퇴적층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국립공원은 행위규제가 매우 강할 뿐만 아니라(자연 보존을 위한 행위 규제의 의미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부안군 지자체와는 별도로 독립적으로 관리된다. 이것은 법적 근거에 기반한 것이지만 지자체와 국립공원의 관계는 새롭게 설정될 필요가 있다. 변산반도 전체는 부안군 지자체의 구성원인 주민들의 삶의 기반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 관계를 새롭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하는 것은 지질공원의 근거가 지역 주민 중심성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부안군 땅의 대다수를 변산반도국립공원이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부안군 지자체와 국립공원은 '따로국밥'이다. 따라서 변산반도의 지질공원화 추진을 계기로 이 문제도 새롭게 제기할 필요가 있다. 지질공원 뿐만 아니라 국립공원을 포함해 모든 공원은 주민참여와 자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세계지질공원은 지질학적인 자연 유산을 보존하고 관광 활성화를 통해 주민 소득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 그 주된 목적이다. 따라서 지질학적 가치 이외에도 문화·역사적 가치, 고고학적 가치, 생태학적 가치 등이 복합적으로 융합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는 주민의 삶, 주민의 시선이라는 인문학적 가치에 주목을 하여 격포리 퇴적층을 중심으로 ‘변산반도 국가지질공원’ 조성을 추진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1) 부안군, 「부안군 통계연보」, 2009.
2)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 역사문화자원 자료집」, 2009.
3) 내용이 전문적이라 주로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연구원의 보고자료 「변산반도국립공원 자연자원조사」(2009)을 참조하거나 발췌했다.
4) 이우평, 『한국지형산책』, 2007.


/고길섶(문화비평가)

(부안이야기9호에서 옮겨왔습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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